[사설] 구제역·AI 확산방지책 너무 허술하다

입력 2015-01-01 02:06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데 이어 구제역까지 4년 만에 전국으로 확산돼 세해 축산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000년 11월 말 경북 안동의 한 돼지농장에서 시작된 구제역으로 전국 75개 시·군 농가 6241곳의 돼지 331만8298마리, 소 15만864마리가 매몰 처분됐으며 구제역 해소 예산만 무려 2조7383억원이 쓰였다. ‘축산 재앙’이 따로 없었다. 그때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구제역도 원칙대로 대응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0년 당시 청정국 지위를 포기하면서까지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제도를 잘 만들어도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번 구제역 발병처로 꼽히는 충북 진천의 모 축산 대기업의 경우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 형성률이 16.7%에 불과했다. 충북의 돼지 평균 항체 형성률이 85%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다. 이런데도 위해요소중점관리(HACCP)인증까지 받았다. 이 인증은 가축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의미다.

접종 과정에 비용이 든다는 이유 등으로 접종을 소홀히 해도 기껏해야 과태료 부과나 도살 처분에 따른 보상금 삭감, 동물 약품 지원 중단 등의 경미한 불이익이 고작이니 누가 제대로 규정을 지키겠는가. 심지어 이번 구제역 최초 발병 농장 관계자들이 구제역 상시 발병 국가를 다녀왔음에도 검역 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우선 구제역과 AI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이번 기회에 예방 소홀 농가를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는 내용 등을 담은 근본적인 가축 전염병 예방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