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철새 성도, 철새 목사

입력 2015-01-01 02:53

얼마 전 대전에서 목회자 모임이 있어 참석했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목사님들과 자연스럽게 목회현장에서 겪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개척교회를 시작하는 목사님들은 물질적인 어려움과 동시에 배우자와 자녀들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힘들다고 했습니다. 힘든 날들이 길어지니까 조급해지고, 지쳐서 도중에 목회를 그만둘까 고민한 적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새 신자가 교회에 나오면 천하를 얻은 것보다 더 기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금방 교회를 떠나는 철새 교인들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고 했습니다. 교회에 나오지 않는 성도에게 전화했더니 “어떤 교회는 휴지도 주고 향기 나는 고급 세제도 주는데 왜 아무것도 주지 않느냐. 내가 교회 청소나 하러 온 줄 아느냐”면서 화를 냈다고 합니다.

한국교회에서는 교인들의 수평이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교회를 옮기는데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감정 기복이나 세속적 기준에 따라 교회를 옮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너무 자주 나무를 옮기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부디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 겸손히 섬기며 아름다운 믿음을 가꿔 가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철새 교인 못지않게 성도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철새 목사도 있습니다. 목양지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늘 다른 목양지에 마음을 두고 기웃거리는 목사들입니다. 제가 아는 한 목사는 교회에 부임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괜찮다는 교회로 몰래 옮기려다 발각되어 곤욕을 겪었습니다. 그는 습관적으로 교회를 옮겨 다니는 목사입니다. 안주머니에는 항상 사직서와 이력서를 준비해 가지고 다니다가 교회를 옮깁니다. 목사는 영적 부모요, 교인은 영적 자녀입니다. 부모는 자녀들을 건강하게 양육하기 위해 희생과 헌신으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성도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설교를 준비하고, 심방하며 고민을 들어줘야 합니다. 다른 교회 건물과 성도들이 더 좋아 보여 늘 나갈 생각만 하며 산다면 이는 영적 외도입니다.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면서 설교를 한다면 성도들의 신앙에 살을 찌울 수 없습니다.

성도들이 왜 복음에 공감하지 못합니까. 성도들이 왜 자꾸만 십자가를 내려놓으려 합니까. 철새 목사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권위가 바탕이 되지 않고 단지 외적인 과시를 위한 목회라면 당장 그만두십시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을 한다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예수의 이름을 도용해 자기 이익을 도모하는 추잡한 행위를 이쯤에서 그만두십시오. 목자는 무서워 떨고 있는 양들을 외면하고 떠나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은 잃은 양 한 마리도 소중히 여기셨습니다. 양들을 등한시하는 목자들은 후에 주님의 책망에 눈물을 흘리게 될 것입니다.

주님은 크고 화려한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충실하게 최선을 다했느냐에 따라 상급을 주신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오늘 본문은 마음에도 없이 입으로만 “주여 주여” 한다고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고 말씀합니다.

해가 바뀐다고 해서 저절로 우리의 믿음이 새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안에 있는 물욕과 과시욕, 시기와 질투 등을 버리고 온전히 하나님의 은혜를 구할 때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칭찬하실 것입니다. 모두 새해에 주님께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는 칭찬을 듣기를 기도합니다.

유성상 목사(태안 만리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