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와 C채널은 공동으로 '한국교회, 희망을 말하다'를 주제로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 C채널 스튜디오에서 두 차례 신년특별좌담을 갖고 한국교회가 직면한 과제와 위기 해법을 모색했다. 한국교회를 이끄는 중견 목회자들은 사회적 비판에 직면한 교계가 쇠퇴나 침체보다는 조정기를 거치고 있으며, 통일시대를 위해 섬김과 나눔으로 성숙과 부흥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회에 걸쳐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
참석자▶
이정익 서울 신촌성결교회 목사
오정호 대전 새로남교회 목사
이윤재 성남 한신교회 목사
(사회 : 소강석 용인 새에덴교회 목사)
△사회자=오늘 이 시간은 위기의 한국교회가 어떻게 희망찬 새해로 나아갈 것인가를 살펴보는 자리다. 개인적으로 한국교회는 1990년대 부흥의 정점에 달했으며,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을 계기로 집중적인 비난과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이정익 목사=한국교회는 90년대까지 좋은 시대를 구가했다. 교회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건물을 다시 지었다. 교회 부흥의 준비도 없었던 그때 더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한국교회에 많은 약점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쇠퇴기라기보다는 조정기라고 본다. 지금은 쉬어가면서 바닥을 다지는 시기다. 목회자 스스로가 진정한 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한국교회에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윤재 목사=한국교회의 침체가 현상학적으로 맞다. 교인수, 열정, 사회적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그 침체는 영구적이지 않다. 원인은 표면적으로 저출산·고령화라는 환경적 요인과 대형교회 목회자의 실수에 있다. 내면적으론 영성의 부재에 있다. 미국 드류신학대학원 레너드 스윗 석좌교수의 지적처럼 자기자랑, 성장, 성취를 중요시하는 자기애적(自己愛的) 교회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주는 교회’가 됐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금은 회복을 위한 진통을 겪고 있다.
△오 목사=요셉시대 7년 풍년 뒤 7년 흉년을 겪었다. 우리도 풍년을 즐겼다. 하나님은 어느 때나 사람을 준비시킨다. 다시 영혼의 구조조정, 목회자의 구조조정, 영적 구조조정만 된다면 희망은 있다. 하나님의 은혜와 말씀에 반응해 돌이키기만 하면 기회가 된다. 역사적으로 알곡과 가라지는 늘 공존했다.
△사회자=저명한 기독교 신학자 한스 큉은 ‘현대인들의 하나님에 대한 욕구, 영성에 대한 욕구는 높아지지만 제도적 교회에 대해선 불만을 갖고 떠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 말이 그대로 이뤄지고 있다.
△오 목사=본질을 회복하는 게 살 길이다. 외형적인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신부로서 신랑이신 예수님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교회가 진리를 고수하기 때문에 비난당한다면 당연히 비난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윤리적인 문제라면 엎드려야 한다.
△이윤재 목사=한국교회가 그만큼 적잖은 기여를 했고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비난을 받는다. 아마도 교회는 주님 오실 때까지 주목받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움츠러드는 게 문제다. 문제라고 말할수록 주눅이 든다. 책망과 칭찬을 같이 받아야 하는데 말이다. 지나치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이정익 목사=사람들이 비난하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그만큼 기대하기 때문이다. 기대한 것에 비해 조금 미달되니 비난한다. 분발해야 한다. 밖에서 기독교가 위기라고 욕하니 점점 더 왜소해 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격려해야 한다.
△사회자=청년 실업문제에 대해 어떤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보나.
△이윤재 목사=근본적으로 교회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는 없다. 그들이 어려울수록 말씀에 가까이 하도록, 고난을 이겨내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이 좋은 직장을 갖고 월급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독일 통일 후 동독 사람들은 전보다 4배나 살기 좋아졌지만 행복감은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서독에 가면 비교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 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정익 목사=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게 참 안타깝다. 취직을 못한 젊은이가 기도해 달라며 찾아왔다. 그 청년은 “이력서 120통을 제출했지만 오라는 데가 없다. 입시만 넘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기가 막힌다”고 하더라. 가슴이 아팠다. 그 젊은이에게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데 예수님은 과연 누구이시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 다음 이렇게 충고했다. “나 같으면 1주일 작정하고 기도원에 올라가 진지하게 ‘하나님, 저에 대해 무슨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어디든, 어떤 환경이든 가라고 하시는 곳으로 가겠습니다’라며 하나님께 미래와 진로를 여쭙겠다”고 했다. 그 청년을 돌려보내고 목회자들이 반드시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윤재 목사=공감한다. 청년들에게 믿음, 신념을 심어줘야 한다. 믿음과 낙관주의는 분명 차이가 있다. 낙관주의는 오늘의 고난에 직면했을 때 잊어버리라고 하지만 믿음이라는 것은 딛고 일어서도록 돕는다.
△사회자=종교인 과세 움직임이 있었다.
△이윤재 목사=그동안 종교인은 특권의식에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제는 국민으로서 참여해야 한다. 다만 오랫동안 납부를 하지 않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강압보다는 점진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정익 목사=세금납부 문제에 있어 개신교가 실기(失機)했다. 사회적으로 이 문제가 나오기 전에 명분을 갖고 스스로 해결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일단 유예 결정이 났지만 이 문제는 개신교가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개인적으론 납세를 찬성한다. 그러나 먼저 보완할 게 있다. 세금을 낼 수 있는 목회자들은 전체 20% 정도에 불과하다. 80%는 국가로부터 보조를 받아야 한다.
△오 목사=이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교회 구조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당장에 노동조합이 설립될 수 있고 처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소명을 받은 성직자를 노동자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교회 재무현황을 조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사회자=교회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어떻게 사회에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이정익 목사=교회가 그동안 부흥 성장, 전도, 확장에 초점을 뒀기에 사회와 유리됐다. 교회가 그 지역에 있다는 것은 지역을 책임지라는 말이다. 교회 반경 몇 ㎞ 안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며 뭘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목회자들이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성장위주로 갔다. 소통이 없었던 것이다. ‘왜 1주일 내내 큰 건물을 활용하지 않느냐’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교회가 너무 성장에 취하다 보니 이웃과 단절됐다. 교회만 짓는다고 하면 반대한다. 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윤재 목사=우리가 세상을 섬기는 것은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섬김을 실천하기 위해선 교회의 평화와 연합, 다양성 존중이 필요하다. 교회만 평화롭게 지내도 문제가 해결된다. 독일 목사님을 만났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우리는 다만 평화운동을 했는데 하나님께서 통일을 선물로 주셨다.’ 우리가 통일운동을 한다고 해서 통일이 거저 오는 것은 아니다. 통일은 하나님의 신비한 선물이다. 평화롭게 가야 통일을 맞을 수 있다. 진보와 보수가 다양성을 인정하고 한국 민족을 위해 함께 갈 때 통일을 맞이할 수 있다.
△사회자=한국교회가 어떻게 해야 불확실성 시대에 희망찬 미래를 열어갈까.
△이정익 목사=‘미래가 불확실하다. 올해가 힘들고 어렵다’는 말이 많다. 그러나 이런 데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래는 늘 불확실했다. 내년이 어렵다는 말은 그전에도 나왔다. 미래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어려울 때 기도로 무장해야 한다. 개신교는 역사하시는 하나님, 함께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어느 미래학자가 암울한 보고서를 내놨다. 탁월한 분석 자료라고 생각하지만 허전함만 느껴진다.
△오 목사=유기체적 입장에서 교회는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붙어 있어야 한다. 몸은 그리스도의 통치에 굴복해야 한다. 우리는 ‘내 인생의 주인이 예수님이며, 우리의 시대가 주의 손에 있다’라고 고백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주의 통치를 기뻐하고 있는가. 이 땅에 속한 자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붙들고 있는가.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가치와 땅의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 역사는 하나님이 펼치신 교훈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시대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한국교회, 희망을 말하다 (上)] “아낌없이 ‘주는 교회’ 되어 세상 섬기면 은혜의 시대 온다”
입력 2015-01-01 02:46 수정 2015-01-01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