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40·여)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조 전 부사장을 도와 조직적으로 ‘말 맞추기’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는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모(57) 상무도 함께 구속 수사를 받게 됐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20일 만이다.
서울서부지법 김병찬 영장전담 판사는 30일 오후 10시30분쯤 “혐의 내용에 대한 소명이 이뤄졌고 사안이 중하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판사는 “초기부터 혐의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에 비춰 구속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각각 1시간가량 진행한 뒤 9시간여에 걸쳐 심사를 했다.
서울서부지검에서 대기하던 조 전 부사장은 오후 11시쯤 고개를 숙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혐의를 인정하나’ ‘심경이 어떤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 눈을 감고 “죄송합니다”라고 답한 뒤 남부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올랐다. 여 상무 역시 5분 뒤 굳은 표정으로 검찰청을 빠져나왔다. 그는 “업무상 조사 상황을 조 전 부사장에게 보고했지만 어떠한 언급도 듣지 못했다. 사무장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고지한 적도 없다”며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 사무장 폭행과 증거인멸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며 영장 기각을 요청했다고 한다. 검찰은 사법경찰권이 있는 사무장을 폭력 행위 및 사적 권위로 운항 중인 항공기에서 쫓아내 항공기 내 법질서에 혼란을 야기한 혐의가 중대해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근수)는 지난 25일 조 전 부사장에게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업무방해 혐의를, 여 상무에게는 증거인멸·강요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참여연대가 조 전 부사장을 고발하면서 ‘땅콩 회항’ 수사에 착수한 지 하루 만에 대한항공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붙여 왔다.
조 전 부사장의 구속으로 ‘칼피아’(KAL+마피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은 부실 조사 의혹을 받고 있는 국토부를 압수수색하고 대한항공 측에 수시로 정보를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김모(54)씨를 구속 수사 중이다. 대한항공이 국토부 공무원들에게 좌석 승급 혜택을 준 부분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인천시는 지난 1일부터 조 전 부사장이 대표를 맡았던 인천 영종도 ‘왕산마리나 조성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시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요트경기장으로 활용된 이곳을 개발하기 위해 2011년 3월 대한항공이 전체 사업비 1500억원 중 133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 중 ‘법령상 허용되는 최대한의 기간(최소 30년 이상)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를 준다’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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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31 04:15 수정 2014-12-31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