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자바해 해상에서 발견된 에어아시아 QZ8501편의 탑승객 시신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으며 일부 시신은 옷이 벗겨진 채 발견돼 추락 직후의 참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주변에서 항공기의 문과 비상탈출용 슬라이드, 구명정, 산소탱크와 여행용 가방 등도 같이 발견된 점으로 보아 시신들은 추락하는 사고기가 수면과 충돌하면서 동체 일부와 함께 튕겨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당초 시신 40여구가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밝혔지만 이는 잘못된 보고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약 8구의 시신이 바다에 떠있으며 그중 일부는 손을 잡은 채 나란히 떠있었다는 관계자 증언도 있었다. 사고기 탑승자 시신들을 처음 목격한 C-130 수송기 부조종사 트리 외보우는 “승객들이 아직 생존해 손을 흔들어 구조를 요청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장에 접근해보니 이미 숨진 상태였다”며 아쉬워했다고 현지 일간 자카르타포스트가 전했다.
시신과 잔해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탑승객 가족들이 모여 있는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의 주안다 공항은 침통의 늪에 빠졌다. 일부 가족들은 서로 끌어안거나 함께 모여 기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탑승객 가족인 이판 조코(54)는 눈물을 훔치며 “난 아직도 우리 형과 가족들이 죽었다고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한국인 이경화(36)씨의 지인은 “갓 결혼한 이씨를 위해 살림살이까지 챙겨놓고 기다리던 상황에서 참혹한 소식을 접하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지 TV는 부풀어오른 반라의 시신 1구가 물에 떠 있는 화면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가 거센 항의를 받았다. TV를 본 탑승객 가족이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공항 측은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 등 최소 6명을 배치해 탑승객 가족을 지원하게 했다.
수색 작업은 탄력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날 선박 30척, 비행기 15대, 헬리콥터 7대 등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재개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한국 일본 뉴질랜드 등의 선박, 항공기 등과 1100여 명의 인력이 작업에 투입됐다고 CNN은 전했다. 수프리야디 국가수색구조청 국장은 수심 20∼30m의 상대적으로 얕고 맑은 해저에서 실종기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더 목격됐다고 밝혔다.
사고기 기체와 블랙박스를 회수할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사고 원인과 경위가 밝혀질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도네시아 기상 당국은 벨리퉁섬 인근이 31일까지는 대체로 맑고 파고도 낮아 수색과 구조 작업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월 2일부터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수색이 장기화될 경우 시신과 잔해가 해류에 밀려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에서도 승객 159명을 태운 에어아시아 여객기가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활주로를 이탈해 인근 잔디밭으로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 관련기사 보기◀
시신 대부분 구명조끼 안 입어… 수면 충돌 때 튕겨나온 듯
입력 2014-12-31 04:51 수정 2014-12-31 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