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축산농가가 기르던 돼지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4년전 경기도를 휩쓸었던 구제역이 또 다시 발생함에 따라 축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천시는 2010년 12월 발생한 구제역으로 전체 사육돼지 99%를 매몰처리해야 했다. 그동안 이 지역 양돈 농가에서는 백신접종을 지속적으로 해오면서 사육두수도 35만 마리로 크게 늘었으나 또 다시 구제역에 뚫려 허술한 방역체계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29일 오후 3시쯤 이천시 장호원읍 축산농가에서 돼지 20마리에서 수포, 출혈 등 증세가 나타나 구제역이 의심되는 신고가 접수돼 정밀조사한 결과 양성으로 확진됐다고 30일 밝혔다. 이 농장은 돼지 500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방역당국은 의심 신고 당일 밤 구제역 증상을 보인 돼지 20마리와 같은 돈사에 있던 12마리 등 총 32마리를 안락사시켜 매몰했다.
방역당국은 이천 구제역 발생농가로부터 반경 3㎞ 안에 있는 가축 농장의 이동을 긴급 제한했다. 아울러 이천과 인접한 경기 광주시를 긴급 백신 접종 대상지역에 추가했다.
방역당국은 백신 효과로 구제역이 4년 전처럼 급속도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동제한 초소를 설치하고 24시간 가축방역대책상황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천시는 2010년 12월 구제역이 발생하자 이듬해 2월까지 사육하던 한우의 12.6%, 젖소의 25.1%, 돼지의 98.8%를 매몰 처리했다. 당시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경기지역에 상륙해 양주·연천지역 농장을 우선 감염시킨 뒤 불과 한 달여 만에 경기지역 18개 시·군으로 확산했다.
경기지역에서만 소와 돼지 등 우제류 사육 농가 2352곳에서 173만2032 마리를 도살 처분했다. 구제역은 이후 전국으로 확산돼 전국 11개 시·도 농가 6241곳에서 348만 마리를 매몰하는 등 축산업계가 초토화됐다. 당시 정부는 청정국 지위를 포기하고 구제역 예방 백신 접종 제도까지 도입했다.
이번 이천 구제역도 돼지에서 발생해 심상찮다. 경기지역 돼지는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형성률이 평균 44.8%에 불과하다. 소의 항체 형성률 92.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천 구제역 발생 농장주가 돼지를 어디서 들여왔는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 영천시 화산면에서 돼지를 사육하는 축산농가에서도 30일 오전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와 방역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농장주 이모씨는 사육 돼지 1만여 마리 가운데 같은 축사 안에서 키우는 9마리가 발굽 탈락, 수포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고 신고했다. 또 충남 천안시 수산면 안모씨의 돼지농장에서도 이날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안씨는 돈사 9개에서 돼지 2800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이 중 3마리에서 수포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고 신고했다. 안씨의 돼지농장은 지난 17일 구제역 양성으로 확진된 돼지농장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다.
이천=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구제역 또 이천 상륙… 4년 前 악몽 재연되나
입력 2014-12-31 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