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30일 오후 4시부터 3시간 동안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조 전 비서관은 최후 진술에서 눈물을 흘리며 “조사해 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법정 밖으로 격정적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중에 “박관천”이라는 이름도 언급됐다. 그는 심사에 출석할 때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심사에 응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심사가 끝난 뒤엔 상기된 얼굴로 말을 아꼈다.
검찰은 지난 27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조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윤회 문건’을 비롯해 직무수행 과정에서 생산한 내부 보고서 17건을 박지만(56) EG 회장 측에 전달했다는 게 주요 혐의다. 검찰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문건이 생산된 직후인 지난 1월 서울 강남의 한 중식당에서 조 전 비서관과 박 회장이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는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48) 경정, 박 회장 측근인 전모씨도 배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공모해 지난해 중반부터 올 1월 사이 집중적으로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전 비서관 등이 박 회장에게 오랫동안 ‘비선 보고’를 해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회장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 동향을 담은 문건들도 이 시점에 박 회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다. 박 경정은 앞서 지난 19일 구속 수감됐다. 박 경정은 청와대 문건을 지난 2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로 가져다 숨겨놓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을 지난 5일 참고인으로 소환한 데 이어 26일 피의자로 다시 불러 조사했다. 2차 소환 직전 조 전 비서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비서관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경정을 통해 박 회장 측에게 일부 문건을 건네기는 했지만 대통령기록물 성격의 문건은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몇몇 인물들이 박 회장에게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것으로 보여 경고 차원에서 쪽지 형태의 문서를 전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는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 본연의 업무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정윤회 문건’에 나오는 청와대 내외부 인사들의 비밀회동이나 ‘정씨의 박 회장 미행설’ 등이 허위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둘러싼 수사 결과는 다음 달 5일쯤 발표될 예정이다.
지호일 나성원 기자 blue51@kmib.co.kr
격앙된 조응천 눈물 흘리며 “조사해보라”
입력 2014-12-31 0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