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이 움츠려드는 겨울철에는 뜨끈뜨끈하고 얼큰한 음식이 제격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밥 한 그릇에는 장터 상인들의 정이 듬뿍 담겨있고 대구탕이나 곰치탕의 얼큰한 국물에는 바다의 향기가 그윽하다. 한국관광공사는 새해 ‘1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대구탕으로 유명한 경남 거제 등 7곳을 선정했다.
◇도치 장치 곰치(강원도 고성)
동해안 북단의 고성 대진항에서는 해마다 이맘때면 도치, 장치, 곰치 경매가 한창이다. 도치 요리는 수컷을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숙회와 암컷의 알과 내장, 신 김치를 넣고 개운하게 끓인 알탕이 대표적이다.
뱀장어처럼 생긴 장치는 바닷바람에 사나흘 말려 고추장 양념과 콩나물을 넣고 찌거나 무를 넣고 조린다. 아무런 양념 없이 쪄서 먹어도 맛있다. 곰칫국은 동해안 최고의 해장국으로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맑은 탕으로 먹는다.
◇두부 청국장(충북 청주)
청주 상당산성에 위치한 산성마을은 닭백숙을 비롯해 청국장, 두부요리 등 토속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한옥마을이다. 그 중 ‘상당집’은 직접 만든 두부요리, 청국장찌개, 비지찌개로 명성이 자자하다.
마을 위쪽에 위치한 ‘손맛집’도 주인 할머니가 직접 두부를 만든다. 푸짐하고 든든한 식사를 원한다면 닭백숙을 먹으며 반찬 삼아 청국장에 두부 한 접시를 맛봐도 좋다.
◇외포리 대구탕(경남 거제)
크고 위협적인 입과 얼룩덜룩한 무늬가 위풍당당해 보이는 대구는 찬바람이 부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 거제 외포리는 전국 대구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집산지로 살아 있는 싱싱한 대구로 요리하는 음식점이 10여 곳이나 있다.
맑게 끓인 대구탕은 뽀얀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을 낸다. 김치에 싸서 조리한 대구찜은 하얀 대구 살의 담백함과 김치의 신맛이 잘 어우러진다. 정열적이고 강렬한 동백꽃이 피는 지심도, 어둠이 내리면 오색 불빛으로 바다를 수놓는 거가대교는 빼놓을 수 없는 거제의 명소.
◇국수거리 국수(전남 담양)
담양 국수거리는 물국수, 비빔국수, 삶은 달걀이 유명하다. 대부분 중면을 이용하며 서너 가지 반찬이 곁들여진다. 특히 손님들 사이에서 약계란이라 불리는 삶은 달걀은 멸치 국물에 삶아 소금 없이도 짭조름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국수거리에서 멀지 않은 죽녹원은 초록 잎사귀 사이로 흰 눈이 내리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죽녹원 안에 담양의 유명한 정자를 모아놓은 죽향문화체험마을이 있다.
◇순창시장 순대골목(전북 순창)
깨끗이 씻은 돼지 창자에 선지와 각종 채소를 가득 채운 피순대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개운한 국물을 부어 팔팔 끓인 순댓국 한 그릇이면 추위에 언 몸이 따뜻해진다. 피순대를 전문으로 하는 순창시장 순대골목에는 2대, 3대째 가업을 잇는 집이 대부분이다.
순창의 참맛은 장에 있다. 순창고추장민속마을에 가면 고추장 명인들이 저마다 비법으로 담근 장류와 장아찌가 입맛을 돋운다. 순창장류체험관에서는 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눈꽃 트레킹의 명소 강천산은 눈 덮인 산과 빨간 현수교, 얼어붙은 병풍폭포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현풍장터 수구레국밥(대구 달성)
대구 달성군 현풍장터의 별미는 수구레국밥이다. 수구레는 소의 껍질 안쪽과 살 사이의 아교질 부위를 일컫는다. 지방이 거의 없어 씹으면 쫄깃쫄깃한 맛이 난다. 수구레는 희고 거친 모양 때문에 귀한 고기로 대접받지 못했다. 하지만 육류가 흔하지 않던 시절, 힘든 하루를 보내는 장터 사람들에게 수구레국밥은 추위를 달래고 영양도 보충하는 먹거리였다.
수구레국밥은 끝자리 5·10일에 서는 현풍 장날 맛볼 수 있던 서민들의 대표 음식이다. 상설 시장인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이 들어선 뒤에도 수구레국밥 식당들은 추억의 맛을 전하고 있다.
◇인삼어죽마을(충남 금산)
금산에는 삼계탕, 인삼튀김, 인삼막걸리 등 인삼을 활용한 먹거리가 다양하다. 특히 제원면 일대 금강변에는 인삼어죽을 내는 집이 즐비해 인삼어죽마을로 불린다. 금강 상류에 자리 잡은 제원면은 물고기가 많이 잡혀 천렵이 행해지던 곳으로 민물고기를 이용한 음식이 전해 내려온다.
금산의 인삼어죽은 단백질과 칼슘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된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인삼까지 넣어 몸을 더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생선을 뼈째 우린 국물로 만들어 예부터 노약자와 산모가 원기 회복을 위해 먹었다고 한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언 마음 녹이는 따뜻한 위로 한 그릇
입력 2015-01-01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