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가 길어지면서 소상공인의 삶 역시 팍팍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0일 발표한 ‘2014 하반기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2015년 전망조사’에 따르면 ‘하반기 경영상황이 상반기보다 어려워졌다’고 응답한 소상공인은 81.0%에 달했다. ‘내년 경영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은 9.4%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남다른 전략과 원칙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소상공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발간한 ‘작은 영웅들의 스토리’에는 대형마트·편의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동네마트, 백화점·아울렛에 뒤지지 않고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옷가게 등 소상공인의 작지만 큰 성공이 담긴 고군분투기가 담겨 있다.
◇“고객 맞춤형 전략이 통한다”=대전 동구 중앙시장의 ‘대일의류’는 38년간 한자리에서 영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최영순 사장 부부는 전통시장 내 의류점들이 쇠퇴 조짐을 보이자 ‘단골’에 집중했다. 수첩에 수백명의 단골 명단, 기념일, 첫 인연을 맺은 날, 제품 구입일 등을 빼곡히 기록했다. ‘한번 단골은 영원한 단골’이라는 생각으로 단골에 집중한 결과 전체 고객의 50%가 단골 고객이다. 일별, 주별, 월별, 연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객관리 등에 변화를 준 결과 점포 매출도 20% 이상 늘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옷가게 ‘아름드리’는 최신 트렌드를 따라잡고 재고를 줄이기 위해 제품을 소량 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량 구입으로 원가 절감을 이룰 수는 있지만 판매 부진 시 발생하는 재고 부담이 더 크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손님 개개인에 맞는 스타일링을 제안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단골도 크게 늘렸다.
전남 여수의 ‘자산어보’는 ‘여성을 위한 횟집’을 표방한다. 김경수 대표는 여성 고객이 많은 사우나와 보험 설계사를 초청해 식사를 제공해 여성들을 공략했다. 또 요리와 함께 나오는 곁들이 안주를 많이 주고 비교적 싼 가격에 메뉴를 구성했다. 테이블 순환이 빠른 가족이나 여성 계모임 위주로 예약을 받으면서 낮에도 여성 손님들이 찾는 횟집으로 만들었다. 판매가 대비 식자재 비율을 정확히 지키고, 손님들의 솔직한 평을 듣기 위해 주차 관리도 직접 했다. 식당에 대한 불만은 손님들이 식당 문을 나서는 순간 나온다는 경험 때문이다. 신발을 잃어버린 손님에게는 신발 원가에 추가로 비용을 더 얹어 보상하면서 손님들의 신뢰도 얻었다.
◇“나만의 특성으로 고객을 잡아라”=강원도 동해시 동쪽바다중앙시장의 ‘대풍수산’은 ‘꽃발문어’로 유명하다. 2011년 시장경영진흥원(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지원하는 전통시장 명품 브랜드 사업에 선정돼 꽃발문어를 독자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꽃무늬를 수놓은 발’처럼 생긴 문어라는 의미로 붙여진 꽃발문어를 구입하기 위해 전국에서 주문이 몰리면서 다른 해산물 매출 역시 크게 늘었다. 인근 항구와 수산물 전문점에서 쓰였던 꽃발문어라는 말을 브랜드화해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선미옥’은 하루 120그릇의 칼국수만 판매한다. 언제 가게 문을 닫을지 몰라 손님들의 원성이 자자하지만 원칙을 바꾸지 않고 있다. 김광준 대표가 120그릇을 고집하는 이유는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5가지 곡물가루를 반죽에 섞고, 바지락 역시 고창에서 직접 공수한 것만 사용한다. 밑반찬인 배추, 열무김치 모두 직접 담근다.
인천시 계양구에 있는 ‘유진마트’는 골목슈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나들가게’ 사업에 신청하면서 180도로 달라진 경우다. 퇴근 시간인 오후 6∼8시에 고객 및 외국인, 단독가구 수요를 맞추기 위해 반찬을 팔고, 환전도 해준다. 외국인이 이용하기 편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인 손님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
부산 등에 있는 레스토랑 개념의 치킨집 ‘아웃닭 치킨하우스’는 젊은 층을 집중 공략한다. 김성한 대표는 가맹사업을 하면서도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젊은 층을 이해할 수 있는 연령대로 가맹점주를 제한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여성을 위한 횟집 표방하고, ‘꽃발문어’ 브랜드 만들고…
입력 2014-12-31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