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에 사는 송모(65)씨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대학병원에서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검사료가 28만원이 넘게 나왔다. 송씨는 그보다 열흘 전에 지역 의료원에서 양성종양 진단을 받았다. 똑같은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검사료는 2만원이었다. 그는 “확인 차 큰 병원에 간 거였는데 똑같은 초음파 검사고 결과도 같은데 왜 이렇게 비용이 차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30일 공개한 336개 종합병원 비급여 진료비를 보면 의료기관마다 가격 차이가 2.5∼35.8배까지 나타났다. 3인실 진료비가 제일 비싼 분당서울대병원(17만9000원)은 가장 싼 장흥병원(5000원)의 35.8배나 됐다. 치과 임플란트료는 최고가(404만7000원·국립암센터)가 최저가(35만원·강릉의료원)보다 11.6배나 비쌌다.
◇천차만별 비급여 가격 차, 왜 생기나=이런 차이는 정부가 비급여 진료비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의료기관 마음대로 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비급여 가격은 전적으로 병원장 권한이다. 검사나 수술이 가진 가치뿐 아니라 시설비, 장비비, 인건비까지 포함돼 있다. 병원 경영 상태를 비급여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정부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은 시장에 맡길 수밖에 없다. 대신 가격 정보 공개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심평원의 가격정보 공개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뇌졸중 환자가 뇌 MRI 가격을 비교해본 뒤 싼 병원을 찾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환자 대부분은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받을지조차 알 수 없다. 공개된 가격 정보로 병원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정부의 자평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급여 가격 규제 필요성 제기=당장 할 수 있는 건 ‘가격 규제’다. 정부가 비급여 항목의 적정 가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건강보험을 적용해 정부가 가격을 설정하되 본인부담률은 100%로 하는 ‘한시적 비급여’를 늘리는 방법 등이다.
보장성을 높여 비급여 항목 개수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보장성은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의료비 중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17.2%(2012년 기준)로 전년도(17.0%)보다 높아졌다. 반면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건강보험 보장률은 62.5%로 2009년(65.0%)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의료기관을 확대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공공의료기관이 낮게 설정한 비급여 가격을 민간 의료기관이 따를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에서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5.7%밖에 안 돼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환자들에게 가격 정보만 던져주고 알아서 선택하라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며 “공공재인 의료를 시장에만 맡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종합병원 3인실 병실료 5000원 vs 17만9000원
입력 2014-12-31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