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설계 전문회사인 한국전력기술에서 마진수(45)씨는 지난 7월 ‘2014년도 5급 국가공무원 민간 경력자 일괄채용시험’에 원서를 냈다. 19년간 원자력발전소 기계·소방 분야에서 쌓은 경력을 국가공무원이 돼서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고픈 마음이 생겨서다. 그는 5개월 동안 필기시험, 서류전형, 면접시험의 총 3단계 시험을 거쳐야 했다. 결국 원자력 전문 분야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인정받아 30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인사혁신처는 마씨처럼 민간의 다양한 현장 경력을 가진 ‘국민 인재’ 120명이 이날 5급 국가공무원에 임용됐다고 밝혔다. 5급 공무원 민간 경력자 채용 제도는 민간 전문가들을 공직에 유치해 행정 전문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2011년 도입됐다. 특히 올해는 그간 100명 규모였던 선발 인원에서 20명을 더 뽑았다. 총 3392명이 원서를 제출해 평균 경쟁률이 26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치열했다.
올해 유난히 대형 안전사고가 잦았던 만큼 재난·안전관리 분야에서 가장 많은 26명이 선발됐다. 새만금 간척사업, 예멘 아덴항만 건설, 홍콩 준설매립 등 건설 현장 경력을 가진 김태민(46)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민간에서의 실무 경험을 살려 앞으로 해양수산부에서 ‘재난대응 및 방재’ 정책을 담당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이번 공무원 채용에 지원한 사람도 있었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자동차 사고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고성우(43)씨는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차량을 현장 분석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토교통부 ‘자동차 분야 통상 및 자유무역협정(FTA) 대응’ 직무 분야에 도전했다. 미국에서 18년간 거주해 영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도 갖고 있어 무난히 합격했다. 고씨는 ‘자동차 달인’에서 이제는 고국을 위해 ‘자동차 통상’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며 중남미 몽골 등 30개국을 누빈 김보민(38·여)씨는 국토부의 ‘건설 분야 개발협력(원조)’ 직무 분야에 임용됐고, 최근까지 한국항공우주연구소 나로우주센터에서 일하며 미국화재폭발조사관(CFEI) 자격증까지 따는 등 경력을 착실히 쌓은 신백우(34)씨는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사고 예방정책 및 대책’ 직무 분야에서 제2의 인생을 펼치게 됐다.
합격자들은 내년 4월부터 5급 공채 합격자들과 함께 22주간 공무원 교육을 이수한 뒤 정부 각 부문에서 일하게 된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5급 공무원 민간 경력자 채용 제도가 공직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앞으로 채용 규모를 더욱 확대해 ‘국민 인재’가 공직에 더 많이 진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2015년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 및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계획’을 31일 관보와 사이버국가고시센터(http://gosi.kr)를 통해 공고한다. 선발 인원은 총 4810명으로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원자력 전문분야서, 美 자동차 사고 컨설팅 회사서… 민간전문가 ‘국민인재’ 120명, 5급 공무원 됐다
입력 2014-12-31 0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