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정명훈

입력 2014-12-31 03:35

서울시립교향악단 ‘막말 파문’의 당사자인 박현정 대표는 떠났고, 박 대표에 의해 사태의 배후로 지목됐던 정명훈(사진) 예술감독은 남았다. 내부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승자는 없고 상처만 남은 꼴이다.

30일 열린 서울시향 이사회는 이달 말로 계약이 끝나는 정 감독의 계약을 1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또 박 대표의 사퇴 의사는 수용했다.

임병욱 서울시향 경영본부장은 “예술감독 추천과 재계약 체결안을 예술감독 계약 연장안으로 변경했다”며 “정 감독 재임명을 포함한 서울시향의 장기 발전 방향에 대해 시간을 두고 심도 있게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계약 기간을 1년 연장한 것은 재계약에 앞서 그동안 문제가 제기됐던 부분들에 대해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라고 임 본부장은 설명했다.

이날 이사회 결정으로 한 달 가까이 이어졌던 서울시향 사태는 끝이 났지만 정 감독은 이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향이 정명훈의 사조직처럼 운영돼 왔다’고 한 박 대표 주장에 따르면 정 감독은 서울시향보다 자신의 개인 재단인 ‘미라클 오브 뮤직’ 활동에 주력했다. 아울러 서울시향 예산을 호텔비로 전용하는가 하면 박 대표의 사전 승인 없이 개인적으로 피아노 리사이틀 순회공연 일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도 이 같은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정 감독은 박 대표의 주장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시 감사에는 단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현재 서울시가 정 감독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요식 행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클래식 애호가들도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의 흠결을 들춰내는 것에 비판적이다.

정 감독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논란을 끝내는 길이라는 주장도 많다. 한 클래식 관계자는 “정 감독이 3년 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홍보·마케팅에 적극 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서에 사인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면서 “세계적 음악가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