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체육학과 4학년 양유진(26·여)씨는 ‘사막레이서’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한계를 깨고 싶어 지난 2월 무작정 사하라 사막으로 떠났다. 양씨의 도전에 감동한 기업들이 장비와 항공비를 후원했다. 하루 10㎞씩 집 주변을 달리며 만든 강철 체력으로 7일간의 레이스를 무사히 마쳤다.
스스로를 위해 달리던 양씨의 삶은 지난 5월 180도 달라졌다. 한 마라톤 대회에서 알게 된 대한장애인육상연맹 관계자로부터 경기도 안산 명예학교의 박윤재(15)군을 소개받으면서부터다. 박군은 장애인 육상계의 보기 드문 꿈나무였지만 대당 900만원에 이르는 전용 휠체어를 사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몸이 불편한 학생들을 돕는 체육교사로 재능 기부를 해온 양씨는 휠체어 비용을 모으기로 했다. 자신이 잘하는 ‘달리기’로.
먼저 페이스북에 모금 운동을 알렸다.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해 속초 양양을 거쳐 강릉 경포대까지 2박3일간 108㎞를 달렸다. 150만원이 걷혔다. 하지만 부족했다. 석 달 뒤 지원자 3명과 함께 자전거로 전국을 도는 ‘무전기부 라이딩’도 다녀왔다. 300만원이 더 모였다.
정성이 통했는지 한 기업이 나머지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10월 박군은 꿈에도 그리던 전용 휠체어에 앉았다. 양씨는 “좋아하는 윤재의 모습을 보며 울음을 간신히 참았다”면서 “대학 졸업 후에도 달리기로 장애인 체육 꿈나무를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고 3학년 박성호(18)군은 음악을 더 아름답게 해주는 ‘스피커’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생 때 해외 사이트를 뒤져 스피커를 직수입하는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스피커를 제작해 파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제조 방식은 인터넷이나 책으로 독학했다. 뜻을 같이하는 친구 10명이 모인 동아리 이름은 ‘부아비츠’라 지었다. ‘나무의 소리’라는 뜻이다.
친환경적이고, 무료로 구할 수 있는 폐가구를 재료로 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어딘가 허전했다. 그래서 돈을 벌기보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TV가 유일한 소일거리인 경로당 노인들에게 트로트나 클래식을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를 무료 지원하기로 했다. 스피커 30대를 시험 제작한 박군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판을 벌일 계획이다. 그는 “제가 만든 스피커에서 나온 음악을 통해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기대된다”며 “더욱 열심히 스피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함께 30일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 양씨와 박군을 포함한 100명에게 ‘2014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여했다. 수상자 중에는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18)군도 포함됐다. 독특한 멜로디와 가사로 천편일률적인 아이돌 음악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공을 인정받았다.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300만원과 부상, 연수기회 등이 주어진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10대 장애인 육상선수에 휠체어 전달… 스피커 직접 제작, 경로당에 무료 지원
입력 2014-12-31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