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노숙인 무료급식 사업을 전개해 온 ㈔‘참좋은친구들’ 대표 김범곤(64) 목사가 지난 14일 뇌출혈로 쓰러진 뒤 사경을 헤매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 목사는 이날 오후 경기도 양주 집에서 주일예배를 마친 뒤 어지럼증을 호소해 의정부 천보로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5시간에 걸친 뇌수술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다. 담당의사는 의학적으로 의식이 돌아오기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경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좋은친구들에 따르면 김 목사는 올 초 필리핀 태풍 하이옌 피해복구 현장에 한 달 넘게 다녀온 뒤 기력이 급속히 쇠약해졌다.
교계 인사들은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그가 다시 일어나 서울역 노숙인 사역을 이어가길 기도하고 있다. 구호단체 ㈔해피나우(사무총장 박원영 목사)는 그의 빠른 회복과 병원비 지원을 위해 내달 1∼3일 치유기도회와 예배, 서울역 노숙인 밥퍼 행사를 연다. 밥퍼 행사에서는 노숙인에게 갈비찜 떡국 육개장을 대접하고 양말 내복 등을 선물할 계획이다.
그는 서울역 노숙인들에게는 상징적인 존재다. 25년 동안 노숙인과 동고동락하면서 그들의 먹는 문제와 직업알선, 사회복귀에 힘썼다. 노숙인들 사이에서는 ‘아버지’로 통한다.
젊은 시절 그는 거듭되는 사업실패로 술에 절어 살았다. 그러다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아내의 인도로 마지못해 참석한 한 부흥집회에서 예수를 만났다. 이후 삶이 180도 바뀌었다. 1989년부터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무료급식’ 사역을 시작했다. 이후 이는 그의 사명이 됐다. 그는 사역을 통해 거듭난 노숙인들과 함께 기름이 유출된 충남 태안 같은 국가적 재난현장으로 달려가 도움을 줬다. 파키스탄 지진피해, 미얀마 태풍피해 현장에도 모습을 나타냈다.
참좋은친구들 김인환(대신대학교 총장) 이사장은 “순수한 마음을 지닌 김 목사의 노숙인 밥퍼 사역과 긴급 구호사역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빨리 회복됐으면 좋겠다”며 “한국교회가 사랑의 후원자가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010-8703-1007).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뇌출혈로 사경, 서울역 노숙인 대부 김범곤 목사… 25년 동안 노숙인들과 동고동락
입력 2014-12-31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