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라이프 보도, 그 후] (하) 희망을 되찾은 크리스천들

입력 2014-12-31 03:31
경기도 연천 우정리교회 목사와 성도들이 지난 11일 열린 예배당 건축 기공예배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우정리교회 제공
의족을 착용한 전비탈리씨(왼쪽 사진 가운데)가 지난 3월 말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를 방문, 독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소희선 목사(왼쪽)가 30일 아들 성국씨가 입원한 의정부의 한 병원을 찾아 격려하는 모습. 국민일보DB·한결교회 제공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성경 말씀은 '십시일반'과 더해질 때 큰 힘을 발휘했다. 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예기치 못한 화재와 재난, 질병 등으로 절망에 빠졌던 이들은 미션라이프 보도를 통해 희망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함께 위로하고 작은 정성을 아끼지 않은 한국교회 성도들이 큰 버팀목 역할을 했다.

◇십시일반 사랑에 제2인생 첫발=“아들 건강이 한결 좋아졌어요.” 경기도 의정부 한결교회 소희선(57) 담임목사는 낭보를 전해왔다. 본태성 고혈압과 유전성 담낭염을 앓던 소 목사의 아들 성국(28)씨는 지난 9월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왼쪽 몸이 마비됐다(10월 28일자 28면). 소 목사는 “아들이 왼쪽 몸을 아예 쓸 수 없었는데 이제는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고, 얼마 전부터 신장 투석도 중단했다”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즐거운 새해를 맞을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성국씨는 지난 5일 서울 경희의료원에서 의정부 한 재활전문병원으로 병실도 옮겼다.

지난해 8월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허벅지를 크게 다쳤던 고려인 동포 전비탈리(44)씨(9월 12일자 32면)는 한국교회의 사랑을 온몸으로 경험한 주인공이다. 신경 조직이 끊어져 무릎 위까지 절단했지만 도와줄 사람이 전무한 그의 처지가 국민일보를 통해 알려지자 작지만 따뜻한 정성들이 모였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교계에 전파해준 고광신(서울 고려인교회) 목사 등의 도움으로 의족을 맞춘 데 이어 지난 9월 고향인 우즈베키스탄으로 무사히 귀국했다.

1년 전 발병한 백혈병으로 항암 치료를 7차례나 받아야 했던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김나탈리아(35·여)씨(11월 17일자 33면). 밀린 치료비와 수술비 등 30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부족해 수술을 미뤄야 했던 그는 국민일보 보도 이후 후원자들과 병원 측 도움으로 이달 초 수술대에 오를 수 있었다.

◇화마로 무너진 교회, 재기 안간힘=경기도 연천 미산면 우정리교회(윤광모 목사) 성도들은 지난 4월 화재로 예배 터전을 잃었다(6월 10일자 28면). 국민일보 보도 직후 전국교회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후원금을 기반으로 교회건축에 나섰다. 지난 11일 기공예배를 드린 윤광모 목사는 “전소한 교회가 있던 위치에 330㎡(약 100평) 규모의 조립식 건물로 단층 예배당을 지을 예정”이라며 “보은의 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충실하면서 섬김 목회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임마누엘순복음교회(이병주 목사) 성도들은 31일 교회가 아닌 성도 가정에서 송구영신예배를 드린다. 이병주 목사가 6년째 시무하던 교회가 지난달 초 발생한 화재로 모두 불에 탔기 때문이다(11월 14일자 30면). 피해 주민들과 함께 마을 주민회관에서 지내고 있지만 도움의 손길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 목사 부인 이동숙 사모는 3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기도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반드시 일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초 화재로 전소한 강원도 양양순복음교회(6월 24일자 28면)는 이달 들어 예배 장소를 동네 태권도 체육관에서 시내의 한 원룸으로 옮겼다. 김재호 목사는 “너무 추워 예배를 드릴 수조차 없는 상황이어서 부득이하게 장소를 옮겼다”면서 “교회 건축과 새 출발을 위해 30명 정도 되는 성도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앙의 유산’을 희망 삼아=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지난 10월 ‘한국교회의 산 증인’이자 103세로 최고령 목회자였던 방지일 목사의 별세 소식(10월 11일자 1면)은 김승욱(영등포교회 원로) 목사에게 더 깊이 각인돼 있다. 2005년 말부터 별세 직전까지 방 목사의 전 일정을 수행하며 그 옆을 그림자처럼 지켜왔기 때문이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이제 그냥 내 생활하고 있지요”라며 웃어넘기는 김 목사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방 목사를 향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방지일목사기념사업회는 31일 방 목사 저서인 ‘피의 복음’ 영문·중국어판을 발간한다.

올해 대한민국을 뒤흔든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진두지휘하다 과로로 쓰러져 하늘나라로 떠난 고 문명수 목사(10월 6일자 29면). 문 목사 부인인 김금숙 사모는 “올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우리 가정과 제 인생에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친 날들이었다”면서 “하지만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한 사랑과 위로의 손길을 경험하면서 희망을 갖게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재찬 이사야 진삼열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