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2008년부터 시행 중인 청년인턴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인턴들이 소모품처럼 버려지고 있다. 관공서 청년인턴들은 다양한 행정업무 경험을 쌓으면서 정규직이 되기를 꿈꾸지만 현실은 최저임금을 받고 서류 복사, 행사 뒤치다꺼리 등 잡일에 시달리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나가는 실정이다. 정부가 애당초 청년고용률 수치를 높이려는 목적에서 공공기관들에 숫자를 안배해 인턴을 채용토록 한 것이니 사람을 쓸 필요가 있어서 뽑은 인턴들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고용률을 높이려고 하니 청년인턴제가 실효성 없이 겉돌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예산처에 제출한 ‘중앙부처·자치단체 청년인턴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광역자치단체가 추진한 인턴사업은 19개, 기초자치단체의 인턴사업은 17개였다. 이들 인턴사업은 체계적인 직업교육이나 취업연계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한 채 인턴들에게 6∼12개월 동안 아르바이트 수준의 행정지원 업무를 시키는 데 머물러 있다. 청년층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인턴을 마친 한 20대는 “직원 중 아무도 신경써 주지 않아 ‘그림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일부 공공기관은 인턴 선발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취업 포털 회사에 선발 작업을 대행시키기도 한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올 초 공공기관 인턴의 최소 70%를 정규직으로 뽑겠다며 ‘채용형 인턴제’를 12개 기관에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동서발전, 한국철도공사 등에 각각 40∼180명의 정규직 전환목표 수치도 할당했다. 그러나 성과를 확인할 만한 정규직 전환율은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인턴사원들에 대한 직업교육이나 경력관리 프로그램도 없다. 핀란드에서는 낮이 짧은 겨울에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대부분이 교대로 6주 이상의 긴 휴가를 떠나고, 그 빈 자리를 대졸예정자나 청년실업자들이 채워 3개월 이상씩 정식으로 근무한다. 물론 사전에 일정 기간 체계적인 현장실습과 직무교육을 시킨다.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이 같은 잡 로테이션(일자리 교대) 방식의 청년 직업훈련으로 유럽 국가들 중에서는 매우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채용형 인턴제를 도입하겠다는 공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향후 청년인턴의 정규직 전환 비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그 전에 인턴 교육과 프로그램의 내실화가 이뤄져야 한다. 청년들에게 좌절감만 안겨주는 현행 공공기관 인턴제는 폐지하거나 전적으로 새로운 제도로 변모시켜야 한다.
[사설] 공공기관 인턴제도가 실적관리에 불과했다니
입력 2014-12-31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