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급한 주부 ‘먹잇감’… 대부업체들 몸집 불리는 중

입력 2014-12-31 02:13

급전이 필요해도 은행에서 돈을 못 구한 이들이 늘면서 대부업체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생활비 마련 차원에서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고, 주부 등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여성 이용자도 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최고이자율 상한선을 낮추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대부업체의 평균 이자율은 여전히 3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행정자치부, 금융감독원과 함께 ‘2014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전국에 등록된 대부업체 8794곳 중 5337곳을 분석한 결과 올 6월 말 기준 대부잔액은 10조8959억원으로 지난해 말(10조160억원)보다 8.8% 증가했다.

이 중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업체의 대부잔액이 9조7198억원이다. 전체의 89.2%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보다 9.7% 증가한 것으로 대부업체가 대형화·기업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은 가계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실적을 쌓고 있다”며 “기업 대상 대부업체들은 저금리 대출상품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기업투자 자체가 부진해 업체 수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사의 신용대출 비중은 88.7%로 100억원 미만 업체(56.5%)나 개인(28.7%)보다 월등히 높다.

대출 용도로는 생활비가 53.1%로 가장 많고, 사업자금(23.7%), 타대출상환(7.1%) 순이었다. 생활비 비중은 지난해 말 49.3%였지만 6개월 만에 3.8% 포인트나 늘었다. 직업별로 분석한 결과 주부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3%에서 8.1%로 늘어났다. 직장이 없는 여성의 경우 은행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탓에 대부업체로 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대부업체 12곳의 여성 신용대출액은 5198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1조691억원)에 이어 올해도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대부업체의 성장세는 금융 당국의 규제가 서민금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부업체의 최고이자율은 2010년 7월 연 44%에서 지난 4월 연 34.9%로 감소했고, 중개수수료 상한제도 시행하고 있지만 ‘방파제’ 역할을 하기엔 불충분하다.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은행의 심사 문턱은 높고, 대부업체들은 TV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이자수익이 줄어드는 위기상황을 정면돌파하고 있다.

또 대부업체 대출 평균금리는 30.8%로 지난해 말(31.9%)보다 1.1% 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4∼6등급 중신용자들의 대출 비중이 지난해 말 21.5%에서 올 6월 말 22.3%로 소폭 상승한 것도 대부업체가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근거로 풀이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계층에 햇살론 등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고 서민금융지원센터를 늘려 이들의 금융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