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北 쿠데타⇒내전⇒통일… 통일비용탓 잃어버린 10년 우려”

입력 2014-12-31 03:24
“북한에서 군사쿠데타가 일어나 내전 상황으로 치닫는다. 혼자 잘나가던 미국 경제가 돌연 정체돼 세계 경제의 부진이 지속된다. 아베노믹스 효과가 십분 발휘돼 일본이 살아난다.”

JP모건 프라이빗뱅크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리처드 매디건이 최근 미국 금융전문지 배런스에서 밝힌 2015년 세계 경제 ‘깜짝 시나리오’ 중 일부다. 그렇게 될 개연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기보다는 혹시라도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면 좋을 가상의 상황이다. 매디건은 “도발적이지만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들로 추린 리스트”라며 “예기치 못한 리스크나 기회를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가지 시나리오 중 한반도 관련 부분은 다소 황당하다. 북한에서 군사쿠데타가 일어나 내전으로 확대되고, 주민들의 탈북 엑소더스로 이어져 어쩔 수 없이 남북통일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어디로 튈지, 언제 터질지 모를 북한에 대한 서구의 불안감이 투영된 가상 플랜 정도로 보면 되겠다. 매디건은 통일된 한국이 막대한 통일비용 때문에 경기침체에 빠지고 사회·경제적 통합을 위해 씨름하느라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는 계속 잘나가는 것과 암초에 부딪히는 두 가지 상황이 있다.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경우 연방준비제도(Fed)가 부랴부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주게 된다. 반대로 성장세가 멈춰 올해 3분기 5.0%에 달했던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5% 정도로 후퇴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유럽과 일본 등의 침체와 맞물려 세계 경제가 극심한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다.

매디건은 제2의 ‘IT(정보기술) 버블’ 발생 가능성도 제기했다. 판매 실적이 없거나 현금 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 IT 기업들로 자금이 대거 몰리고, 1990년대 말을 연상시키는 기업공개(IPO) 열풍이 불어 이들 기업 주가가 치솟다가 급락해 글로벌 증시가 휘청거린다는 시나리오다.

유럽 정치는 비주류 정당들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우선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승리한 뒤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 수 있고, 이탈리아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 유로존 탈퇴를 택할 수 있다. 반(反)EU 분위기 속에 스페인 좌파정당 ‘포데모스’와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영국 극우정당 ‘영국독립당’의 약진도 예상된다.

이 밖에 홍콩의 시민 불복종 사태 재연, 러시아 경제위기 심화,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 절하 경쟁, 브라질·아르헨티나 경제의 부활 등이 시나리오에 포함됐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