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낯익은 MBC 방송연예대상 포스터, 5년 전 美 음악상 때랑 너무 똑같네

입력 2014-12-31 02:34
미국 그래미어워드가 2009년 제작한 가수 리한나의 타이포그래피 포스터(위)와 2014 MBC방송연예대상이 선보인 개그맨 유재석의 포스터. 네빌 브로디 홈페이지·MBC 방송 캡처

[친절한 쿡기자] “이번에도 또”라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문제를 일으키고 내놓은 어이없는 해명까지 과거와 빼다 박았네요. 방송국 연말 시상식에서 해외 유명 영상이나 디자인을 몰래 가져다 쓰는 ‘관행’ 이야깁니다.

2014 MBC 방송연예대상은 29일 대상후보인 김구라, 김수로, 박명수, 서경석, 유재석을 소개하며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를 이용한 포스터를 선보였습니다. 타이포그래피는 문자배열을 활용한 그래픽디자인을 말합니다. MBC는 수많은 단어로 후보 얼굴을 형상화했습니다. MBC는 올해 처음으로 시청자 문자투표로 대상을 결정했습니다. 후보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 포스터는 시청자 참여 투표방식에 적합했다는 칭찬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참신한 시도는 바로 표절 논란으로 비화됐습니다. 방송 직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표절 증거물이 쏟아졌습니다. 이번에 사용된 포스터는 5년 전 미국 음악 시상식에서 사용된 포스터와 똑같습니다. 그래미어워드는 2009년 문자 배열로 후보자 얼굴을 만들어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국의 유명 그래픽디자이너 네빌 브로디 작품이었습니다.

네티즌 수사대가 제시한 증거를 보면 “정말 똑같다”는 말 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하지만 MBC는 “표절이 아니다”라고 발끈했습니다.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타이포그래피는 예술장르의 하나로 방송에서도 오래전부터 이용하고 있는 기법”이라며 “사용하는데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문자를 이용해 인물을 만드는 아이디어는 따라 할 수 있지만 색 구성과 그러데이션 기법까지 똑같은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같은 사람이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니 말입니다.

네티즌들은 궁색한 변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목적과 표현방식이 같은 건 우연한 일치인가”라는 비아냥도 나왔습니다. 일부 네티즌은 지난 26일 KBS가요대축제에서 걸그룹 소녀시대가 입은 명품브랜드 표절 의상을 두고 스타일리스트가 “베끼기가 아닌 존경의 의미를 담은 ‘오마주’”라고 해명한 것을 싸잡아 “요즘은 베끼고도 뻔뻔한 게 유행”이라고 했습니다.

연말 시상식 표절 논란은 처음이 아닙니다. MBC가요대제전은 2007년 일본 아이돌그룹 스맙의 콘서트 오프닝을 표절한 영상을 틀었다가 문제가 일자 “표절이 아닌 패러디”라고 해명해 뭇매를 맞았습니다. 베끼고도 아니라고 잡아떼거나 들키고 나서 그제야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마는 방송가의 몹쓸 관행, 내년에는 그만 보고 싶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