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기업가치 후진… 美·中 거침없는 질주

입력 2014-12-31 02:26

올 한 해 한국과 일본 주요 기업들의 가치가 뒷걸음질 친 반면 미국과 중국 기업은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시가총액 500대 기업 가운데 한국기업 수(28일 기준)는 4개로 지난해 말보다 1개 줄었다. 500위권에 진입한 한국기업의 순위도 크게 밀렸다.

우선 국내 1위인 삼성전자가 전체 순위에서는 29위를 기록해 작년보다 5계단 떨어졌다. 현대자동차는 321위로 작년 말보다 116위 내려앉았다. 지난해 각각 416위와 422위를 기록한 포스코와 현대모비스는 500대 기업에서 제외됐다. 대신 SK하이닉스(469위→377위)의 순위가 크게 올랐고, 한국전력(476위)도 500대 기업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불황으로 인한 실적 부진에 시달렸고, 엔화 약세 등으로 수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기업들도 가치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일본 1위 기업인 도요타가 작년과 같은 20위를 유지했을 뿐이다. 미쓰비시도쿄파이낸셜그룹(87위→104위) 소프트뱅크(65위→118위) NTT도코모(135위→142위) 재팬 토바코(144위→178위) 혼다(124위→185위) 등은 일제히 지난해보다 순위가 떨어졌다.

지난해 활황을 누렸던 일본 증시가 올해 부진을 거듭한 것이 주요 기업들의 시가총액 순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러시아 기업들도 서방 제재와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추락했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해 9개 기업이 500위 안에 올랐지만 올해는 3개로 쪼그라들었다. 가스프롬(74위→159위) 로스네프트(106위→279위) 루크오일(191위→311위) 모두 올해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세계 10대 기업 중 8개를 휩쓸며 건재를 과시했다. 애플이 부동의 1위를 지켰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4위에서 2위로 전진했다. 버크셔 해서웨이(5위→4위) 존슨앤존슨(7위→6위) 페이스북(39위→21위) 등도 1년 전보다 순위를 끌어올렸다. 또 엑손모빌(2위→3위) 구글(3위→5위) 월마트(8위→9위)는 순위가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세계 10대 기업에 포함됐다. 500대 기업 가운데 미국기업 수는 200곳으로 1년 새 6곳 늘었다. 올해 들어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확연해지면서 기업 가치도 많이 오른 것이다.

중국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500위 안에 든 기업 수가 39개로 1년 전보다 17개나 증가했다. 특히 세계 10대 기업 안에 중국기업 2곳이 이름을 올렸다. 페트로차이나가 작년보다 7계단 오른 7위를 기록했고 올해 상장한 알리바바는 10위로 화려하게 등극했다.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 10대 그룹을 배출한 국가는 중국뿐이다. 공상은행(18위→11위) 건설은행(26위→22위) 농업은행(45위→30위) 중국은행(52위→35위) 등 중국의 주요 은행들도 지난해보다 선전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