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주전 골키퍼’ 따로 없다

입력 2014-12-31 02:58
2015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슈틸리케호’에서 골키퍼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성룡, 김진현, 김승규(왼쪽부터)가 29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매쿼리대학 스포츠필드에서 훈련 전 러닝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골키퍼는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16강전 8경기 가운데 무려 5경기에서 골키퍼가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로 뽑혔을 정도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호주·1월 9∼31일)에서도 골키퍼의 활약에 따라 각 팀 성적이 요동칠 전망이다. 한국에선 정성룡(29·수원 삼성),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 김승규(24·울산 현대)가 ‘철벽 거미손’을 뽐낼 꿈에 부풀어 있다.

일단 김진현이 약간 앞서 있는 모양새다. 그는 ‘슈틸리케호’의 네 차례 A매치에서 두 차례 골문을 지켰다. 정성룡과 김승규는 한 차례씩 장갑을 꼈다. 김진현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10월 파라과이전)에서 잇단 슈퍼세이브로 골문을 지켜 적장으로부터도 찬사를 들었다. 지난달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1골을 내주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A매치 기록은 4경기 6실점이다.

김승규는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벨기에 선수들을 상대로 7개의 세이브를 기록, 외신의 극찬을 받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선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무실점 선방을 펼치며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A매치 기록은 7경기 10실점.

김진현과 김승규는 동물적인 반사 신경이 뛰어나 날아오는 볼에 순간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반면 정성룡은 공격수들의 활동 범위를 좁혀 슈팅의 각도를 줄이는 능력이 일품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정성룡은 브라질월드컵 1, 2차전에서 한국 골문을 지켰다. A매치에 64차례 출전해 64실점을 했다. 큰 대회 경험이 많은 것이 정성룡의 장점이다.

김봉수 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30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매쿼리 대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 지도자들은 주전 골키퍼를 한 명으로 못 박고 한 선수만 계속 기용했지만 이제 그런 시대가 간 것 같다”며 “정성룡, 김진현, 김승규가 비슷한 나이와 경기력으로 경쟁하는 관계가 되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지금은 누가 경기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왔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 골키퍼는 “이번 대회에서 골키퍼 덕분에 우리가 이겼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