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구리 KDB생명이 감독의 무덤이 되고 있다. 체질 개선 없이 3년 간 수장이 무려 다섯 번이나 교체됐다.
KDB생명은 안세환(사진) 감독이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고 박수호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아 남은 시즌을 치르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2013년 3월 KDB생명 사령탑에 오른 안 감독은 지난 시즌 14승21패로 6개 구단 가운데 5위에 머물렀고, 이번 시즌에도 3승14패로 최하위 성적에 그쳤다. 최근 2년간 성적이 17승35패다.
안 감독은 “구리 팬들과 구단의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하다.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면서 “이렇게 떠나게 돼 마음이 무겁지만 팀을 빨리 재정비해 앞으로 좋은 성적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DB생명은 여자프로농구에서 일부 고참 선수들의 텃세와 프런트 입김이 센 구단으로 유명하다. 실제 2011-2012시즌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려놓은 김영주 감독은 선수단과의 불화 등으로 남은 계약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12-2013시즌에는 우리나라 프로농구 최초로 여성인 이옥자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지만 선수단 장악에 실패해 ‘식물 감독’이 됐다.
특히 구단은 성적이 떨어지자 감독과 코치의 역할을 바꾸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써 비난을 받았다. 이 감독을 벤치에 앉혀놓는 대신 이문규 코치가 서서 경기를 진두지휘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이 감독은 시즌을 마치고 사퇴했다.
2013-2014시즌에는 안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안 감독은 1996년 산업은행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 농구계를 떠나 일반 은행원으로 생활해 프로농구 지도자의 전문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감독을 맡기 전까지 산업은행 법인영업팀장으로 일한 안 감독은 다시 산업은행으로 돌아가 은행 업무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구계 관계자는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와 일부 선수 한 두 명이 팀을 좌지우지하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KDB생명의 성적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감독의 무덤’ 여자 프로농구 KDB생명… 최근 3년새 사령탑 5번 교체
입력 2014-12-31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