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는 “2014년 국정 잘했다”고 評할 자격 없다

입력 2014-12-31 02:51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9일 열린 ‘2014년 핵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참석한 정홍원 국무총리와 각 부 장관들은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인 듯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공공기관 개혁을 포함한 38개 주요 국정과제에 대해 한결같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할 수는 없다. 세월호 참사로 총체적 무능을 드러낸 정부가 안전 시스템 혁신을 이뤘다고 평가한 데 대해선 그저 말문이 막힌다. 반성하고 또 반성해도 부족할 판에 무슨 낯으로 국정과제를 잘했다고 그러는지 국민 알기를 아주 우습게 안다.

정부가 “개선됐다” “불씨를 살렸다”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찬한 과제들은 국민과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온도와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게 대다수다. 논란 속에 흐지부지 끝난 것도 적지 않다. 경제 분야에서 정부는 투자 활성화와 경제 민주화 토대 마련을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기업들은 투자는커녕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사내유보금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제 민주화도 본래 취지에서 상당히 후퇴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노믹스’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국민이 신뢰하는 확고한 국방태세를 확립했다’는 평가도 황당하다. 정부는 잇따라 불거진 방산 비리와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고, GOP 총기난사 사건 등으로 군에 대한 신뢰가 여지없이 무너진 사실을 이미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수많은 학생이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무법 ‘알바’ 현장으로 내몰리는 판국에 ‘반값 등록금 완성으로 대학 등록금 부담을 낮췄다’는 건 또 뭔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상황 인식에 부아가 치민다. 대통령의 불통만 문제인줄 알았는데 정부의 불통도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이다.

병을 고치려면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진단이 정확하지 않으면 치료는 고사하고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정윤회 문건’ 파문에 이르기까지 올 한 해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는 정부는 “2014년 국정을 잘했다”고 평가할 자격이 없다. 내년 국정이 벌써부터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