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수상소감

입력 2014-12-31 02:10

“1971년 루이지애나에 한 소녀가 있었다. 뱃속에 두 번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고, 학교를 그만둔 채 싱글맘으로서 꿋꿋이 살았다. 힘든 순간들을 이겨냈고 아이를 열정적인 사람으로 키웠다. 그분이 나의 어머니다.”

지난 3월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자레드 레토의 수상소감이다. 그는 시상대에서 홀로 자신을 키운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표현했고, 그 자리에 함께한 스타들은 진한 감동을 받았다.

주는 사람은 대견하고 받는 사람은 기쁜 것이 상이다. 상을 주는 사람의 격려에 호응하며 수상자는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준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상소감에서 많이 거론되는 인물이 어머니다.

지난 29일 독설로 유명한 방송인 김구라는 한 방송사 시상식에서 “크게 호강시켜 드리지도 못했는데 어머니가 항상 제 걱정을 듣고 기도해 주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영화 ‘수상한 그녀’로 50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심은경은 “엄마, 십년 동안 뒷바라지해줬는데 말썽 많이 피워서 미안해”라며 울먹였다.

축구선수 차두리는 지난 1일 2014 K리그 클래식 베스트 11 시상식에서 “한국축구에서 차범근의 아들로 태어나 인정받기가 힘든 일이다. 이제야 그런 자리가 돼서 매우 감사하고 기쁘다”며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개그맨 김병만은 지난해 SBS 연예대상 수상소감에서 “선배님들은 대상을 뛰어넘는 분이고 나는 새싹이다. 날 키워주는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며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수상자에 따라 대상은 다르겠지만 수상소감에서는 제일 고마운 사람이 생각나게 마련인 것 같다. 결국 수상소감의 메시지는 감사와 다름 아니다.

올해가 채 하루가 남지 않은 이 순간, 만약 연말시상식에서 누가 내게 수상소감을 묻는다면 나는 누구를 떠올릴까. 부모, 가족, 친구, 동료 등 한두 사람이 아니다.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2014년을 마무리한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