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대응에… 伊 카페리 화재, 최악 참사 면했다

입력 2014-12-30 04:48
28일(현지시간) 그리스를 출발해 이탈리아로 향하다 화재로 조난당한 카페리 ‘노르만 애틀랜틱’호의 승객들을 이탈리아 해군이 헬기로 구조하고 있다. 양국 해군 등이 헬기와 선박 등을 투입해 전방위 구조에 나섰지만 강풍 때문에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다. 왼쪽 아래 사진은 불길에 휩싸였을 당시 카페리의 모습. AP연합뉴스

시속 100㎞의 강풍과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데다 밤이 깊어지면서 화재 선박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상선 10대가 카페리를 둘러싸고 원을 만들어 파도를 막으면서 구명정을 내리도록 도왔다. 헬기는 조명등을 켜고 조심스레 다가가 승객들을 옮겨 실었다.

전날 승객과 승무원 424명을 태우고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다 화재로 조난을 당한 카페리 ‘노르만 애틀랜틱’호에 대한 구조작업이 29일(현지시간) 오후 완료됐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악천후 속에 희생자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과감한 구조작업을 벌인 덕에 414명이 목숨을 건졌다. 승무원 5명은 추후 인양 등을 위해 당분간 배의 안전한 장소에 머물기로 했다. 다만 사망자가 5명 발생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구조작업 완료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인상적인 구조작업으로 대형 참사를 막아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해군 등은 전날부터 이틀째 선박과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접근이 쉽지 않았지만 상선들이 임시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구조작업을 도왔다.

하지만 사고 당일 바다에 빠진 그리스인 남성 1명이 숨졌다. 또 이날 배에서 4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들은 화재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됐다. 부상자도 4명 있었다. 현지에서는 악천후 속 해상 화재사고임을 감안하면 사상자가 최소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뒤 승객들이 재빨리 갑판으로 대피한 데다 무리하게 바다로 뛰어들지 않고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린 덕분이다. 하지만 일부 남성 승객들은 여성이나 어린이보다 구조헬기를 먼저 타기 위해 몸싸움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또 생존자들을 인용해 화재 시 승무원들이 적절한 대피안내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르만 애틀랜틱호는 전날 오전 4시30분 그리스 남서부 파트라스항을 출발해 이탈리아 안코나를 향해가던 중 차량 적재 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배는 그리스의 조그만 섬 오노니에서 33해리(61㎞) 떨어진 해역에서 조난 신호를 보냈다. 구체적인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럽해사안전청(EMSA)에 따르면 이 카페리는 지난 19일 파트라스항에서 마지막으로 점검을 받았고, 몇 가지 결함을 지적받았으나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배에 탄 승객 가운데 234명과 승무원 34명은 그리스 국적이고 나머지는 이탈리아 터키 알바니아 독일 스위스 벨기에 프랑스 영국 등 다른 유럽에서 온 승객들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