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경찰서는 버려진 여행용 가방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모(71·여)씨를 살해한 혐의로 피의자 정형근(55)씨를 29일 붙잡아 밤샘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20분쯤 서울시 중구 을지로5가 훈련원공원에서 노숙인과 막걸리를 마시고 있던 정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검거 직전인 오후 7시쯤 정씨가 이 공원 인근 편의점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주류를 구입한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 중부서에 공조 요청해 정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도피 이후 정씨의 첫 금융거래였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오후 8시35분쯤 인천 남동서로 압송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그냥 죽여주십시오”라고 짧게 답했다. 9시30분쯤 남동서에 압송된 정씨는 만취해 조사가 어려울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정씨는 왜 아는 할머니를 5차례나 찔러 숨지게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정씨는 술 마신 이유에 대해서는 “괴로워서 마셨다”고 답하며, 가방에 시신을 유기했는지를 묻자 “무서워서 그랬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 20일 오후 인천시내 자신의 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전씨를 살해하고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넣어 빌라 주차장 담 아래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정씨를 남동서에 데려가 정확한 살해 동기와 경위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경찰은 정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지난 24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다음날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수배 전단을 배포해 4일 만에 검거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가방 시신’ 피의자, 노숙인과 술 먹다 잡혀
입력 2014-12-30 0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