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창열 석방 로비’ 사건, 전 의원·교도소장도 연루 정황

입력 2014-12-30 03:48

‘윤창열 석방 로비 의혹’ 사건에 전직 교정본부장(국민일보 11월 22일자 9면 보도) 외에도 전직 국회의원과 교도소장 등이 연루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사건 브로커를 포함해 6∼7명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과거 일부 교도관들이 개별적으로 수감자들에게 뇌물을 받았다가 처벌된 사례는 있었지만 교정본부 간부 다수와 정치인 등이 단일 사건으로 한꺼번에 수사를 받기는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강해운)는 전 국회의원 A씨가 ‘굿모닝시티 상가 사기분양’ 사건 주범인 윤창열(60)씨 측으로부터 석방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수수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2008년 말 트로트 가수 하동진(54·구속기소)씨 주선으로 윤씨의 교도소 동기인 최모씨를 만나 금품을 받았다고 의심한다. A씨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하씨는 A씨를 ‘교도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로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A씨를 소환해 금품수수 및 대가성 여부 등을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친분이 있던 하씨로부터 비슷한 부탁을 받았지만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 최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며 금품수수 역시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윤씨가 수감돼 있던 영등포교도소 지모 전 소장과 조모 전 총무과장도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2009년 초 윤씨의 조기석방과 특별접견 허가 등 편의제공 명목으로 최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두 사람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돼 현재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정·관계 석방 로비의 연결고리로 가수 하씨를 지목하고 있다. 그는 평소 국회의원이나 교정행정의 수장인 교정본부장(1급) 등 형집행정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고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2003년 7월 굿모닝시티 상가를 사기분양해 3700억원대 분양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윤씨는 2008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조기석방을 노렸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지인들에게 “빨리 출소해 정리할 일이 생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먼저 출소하는 최씨를 통해 같은 해 8월 하씨에게 “석방 로비를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하씨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최씨와 의정부교도소 교정위원이던 김모(구속기소)씨의 식사자리를 만들었다. 김씨는 당시 최씨에게 “교정본부장을 비롯한 교정공무원들과 친분이 있다”며 “특별면회와 외래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로비 활동비도 요구했다.

김씨는 모두 2180만원을 건네받은 뒤 같은 해 9월 이모 전 교정본부장을 최씨에게 소개시켜줬다. ‘교도관의 전설’로까지 불렸던 이 전 본부장은 이날 윤씨 측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지 전 소장과 조 전 총무과장을 윤씨 측과 연결시켜준 사람도 김씨다.

윤씨는 복역 기간 중 10여 차례 형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지난해 6월 만기 출소했다. 로비가 실패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윤씨가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돈은 하씨에게 건넨 3300만원을 포함해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관련자들을 수사 중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