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유명 밴드의 공연장을 찾았다 보컬에게 따끔한 ‘일침’을 들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8일 부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요코하마를 찾아 5인조 밴드 ‘사잔올스타즈’의 공연을 감상했다. 사잔올스타즈(Southern All Stars)는 1970년대 결성된 5인조 그룹으로, 30여년간 활동하며 일본인의 사랑을 받은 ‘국민밴드’다.
밴드 보컬인 구와다 게이스케는 이날 객석에 아베 총리가 있는 걸 의식한 듯 정치 풍자곡인 ‘폭소 아일랜드’를 선곡했다. 노래 가사를 살짝 고쳐 “중의원 해산이라니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를 들은 아베 총리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고 전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중의원 해산 및 총선 실시를 발표했다. 각료들의 정치자금 스캔들과 경기 침체에 내각 지지율마저 떨어질 조짐이 보이자 국면 전환용으로 낸 카드였다. 지난 14일 총선에서 아베 총리는 압승을 거뒀지만 선거 비용으로 600억엔(약 5500억원) 넘게 지출된 것으로 추산돼 “명분 없는 선거에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아베 총리는 전반적으로 곡에 맞춰 손을 흔들거나 손뼉을 치는 등 편안한 모습으로 공연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즐거웠다”고 소감을 말했으나 정치 풍자곡이 나왔다는 지적에는 아무런 대답 없이 미소만 지었다.
사잔올스타즈는 2008년 활동 중지를 선언했다가 5년 만인 지난해 복귀했다. 지난해 8월 발표한 싱글앨범 ‘평화와 빛’에서 일본이 근대사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조성은 기자
‘국민밴드’에 노래로 혼난 아베
입력 2014-12-30 0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