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무뚝뚝한 모습을 표현해온 드라마 속 아버지들이 부드럽게 변해가고 있다. ‘아들 바보’ ‘딸 바보’로 분한 드라마 속 아버지들의 뜨거운 부성애가 연일 화제다. 세상에 치여 살면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최근 드라마와 영화 콘텐츠를 관통하는 코드이기도 하다.
◇친구처럼 다정하게, 악역도 불사하는 드라마 속 우리네 아버지들=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세 편의 드라마 KBS 주말극 ‘가족끼리 왜이래’, MBC 주말극 ‘장미빛 연인들’, KBS 일일극 ‘당신만이 내 사랑’에선 아버지의 캐릭터가 도드라진다. 표현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자녀들 앞에선 모든 것을 내어주는 헌신적인 모습이란 점이 닮았다. 전형적인 가부장적 아버지의 모습과는 다르다.
‘가족끼리 왜이래’에서 아버지 차순봉(유동근 분)은 시한부 인생을 산다. 세 자녀 강심(김현주 분), 강재(윤박 분), 달봉(박형식 분)이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조차 제 때 비추지 않자 순봉은 자녀들을 상대로 ‘불효 소송’을 제기한다. 이를 계기로 가족들은 한 자리에 모인다.
‘불효 소송’이란 다소 황당한 장치가 있지만 작품에서 보여 지는 아버지 모습은 눈물겹다. 홀로 30년간 두부 장사를 해오면서 대기업 비서, 전문의 등 반듯하게 자녀를 길러온 그는 죽음을 3개월 앞두고 해보고 싶은 일(버킷리스트)을 적는다. 리스트에는 이런 소망이 적혀있다. 아침에 가족들이 함께 식사하기, 노처녀 딸 맞선 10번 보게 하기, 가족과 댄스파티 열기…. 결국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하고 싶은 일은 사랑하는 자녀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순봉은 때론 진지하고 강하지만, 친구처럼 따뜻한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장미빛 연인들’에 등장하는 아버지 백만종(정보석 분)은 사랑하는 두 딸 수련(김민서 분)과 장미(한선화 분)를 위해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다. 언뜻 드러나는 가부장적인 모습과 다혈질적인 성격, 야망도 품고 있는 그는 과도한 내리 사랑으로 밉상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딸의 결혼을 막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밥상을 엎기도 하지만 딸들 앞에선 마음이 약해져 고생한다.
‘당신만이 내 사랑’에 등장하는 주인공 송도원(한채아 분)의 아버지 송덕구(강남길 분)는 애잔한 싱글 파파의 모습을 표현한다. 과일장사를 하며 도원을 번듯한 대학과 회사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그는 딸을 결혼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사채까지 쓴다. 나약한 아버지의 모습과 이를 씩씩하게 이겨내는 딸의 모습 속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
◇아버지가 뜨면 시청률도 오른다=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8일 방송된 ‘가족끼리 왜이래’는 전국 기준 시청률 41.2%, 수도권 42.2%를 기록하며 ‘꿈의 시청률’ 40%를 돌파했다. 11회 차의 방송분이 남은 상황에서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대기록이 세워질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장미빛 연인들’과 ‘당신만이 내 사랑’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다. ‘장미빛 연인들’은 지난 21일 방송분이 19.6%로, ‘당신만이 내 사랑’의 경우 지난 9일 시청률이 25.3%를 기록했다.
최근 부성애 코드가 유독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론가들은 아버지의 설 자리가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 속 아버지의 역할에 대중의 감정이 이입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30일 “과거 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가 가족에 대해 사랑을 다정하게 표현하는 모습으로 바뀌어가면서 젊은층에게는 그리던 아버지의 상을 보여주고 중년층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자식 바보’ 아버지가 뜬다
입력 2014-12-31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