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나와!”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솔로 무대를 끝낸 인순이가 출연자 출입구 쪽을 향해 빙긋 웃으며 외쳤다. 인순이의 부름에 금색 원피스로 맞춰 입은 20대 후배 가수 네 명이 쪼르르 달려 나왔다. 신인 걸그룹 마마무였다.
지난 28일 방송된 KBS 열린음악회에서 인순이와 마마무가 결성한 ‘무순이’는 영화 써니의 주제곡인 보니M의 ‘써니(Sunny)’, 엘비스 프레슬리가 불러 유명해진 ‘프라우드 매리(Proud Mary)’를 열창했다. 세대를 뛰어넘는 선·후배 가수의 무대에 관객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중·장년층 가수와 젊은 가수들의 협업이 가요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30일 “각자 취약한 세대에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며 “일종의 윈윈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선배 가수와의 협업을 대표하는 가수가 아이유다. 아이유는 올 초 김창완, 최백호 등과의 콜라보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라송’이라는 노래를 들고 군 제대 후 4년 만에 가요계로 돌아온 비도 ‘트로트 거목’ 태진아와 함께 했다. 두 사람은 ‘비진아’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라 ‘라송’을 부르며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선·후배 가수간 협업이 긍정적 효과를 내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 많아지고 있다. 31일 발매되는 ‘K팝 클래식(K-POP CLASSIC)’은 이광조, 우순실, 마음과 마음, 남궁옥분 등 ‘7080’ 세대 보컬리스트들은 요조, 오브로젝트 등 인디 밴드들과 세대를 아우르는 협업에 나섰다.
26일 케이블채널 엠넷의 ‘슈퍼스타K6 B-SIDE’에선 슈퍼스타K6 우승자와 준우승자인 곽진언, 김필이 평소 존경하던 뮤지션으로 꼽았던 선배 가수들과 입을 맞췄다. 곽진언은 포크 음악의 전설인 양희은과 그녀의 신곡 ‘당신 생각’을 불렀고 김필은 싱어송라이터 이승열의 ‘시간의 끝’을 같이 연주했다.
가요계에선 후배 가수들이 중·장년층 가수들과 콜라보에 나서는 것을 일일연속극이나 주말드라마에 출연하는 아이돌 가수에 빗대 설명하고 있다.
미니시리즈와 달리 호흡이 긴 일일드라마나 주말드라마는 연기력이 탁월한 선배 배우들이 극을 이끌어 가기 때문에 연기력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10, 20대에게만 소비되던 자신들의 이미지를 중·장년층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소녀시대 윤아의 경우 2008년 KBS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 장새벽으로 출연한 뒤 어른들에게 ‘새벽이’로 불리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아이유, 카라의 한승연, 씨스타의 다솜, 2PM의 옥택연, 씨엔블루의 강민혁과 제국의 아이들의 박형식, 시크릿 한선화도 비슷한 길을 걸었거나 걷고 있다.
양희은을 만난 곽진언은 “내가 진짜 ‘많이 어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좌중을 압도하는 내공이 어마어마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세대 뛰어넘은 ‘콜라보’ 인기도 훌쩍 뛰어넘다
입력 2014-12-31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