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혹자는 종교를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라고 비난합니다. 사랑과 평화는커녕 종교 탓에 싸움이 벌어진다는 거죠.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들이 종교에서 희망을 찾습니다. 미국 허핑턴포스트이 최근 종교 섹션을 통해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2014년 종교적 순간’ 14가지를 선정했는데요. 이 기사를 보면 제 얘기에 공감하실 거예요.
허핑턴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죽음으로 발발한 퍼거슨 소요사태를 미국 목사들이 잠재운 일을 가장 먼저 꼽았습니다. 이들은 기도회와 평화시위로 경찰과 시위대 간 폭력을 막아 찬사를 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성공회 사제들이 반정부 폭력 시위 최전선에 선 것도 종교적 순간의 하나로 선정됐습니다.
올해는 유독 극단주의 이슬람교인이 벌인 범죄가 잦아 이슬람교를 혐오하는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가 확산됐는데요. 세계 네티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슬람교인을 지지한다는 뜻을 담아 ‘#IllRideWithYou’ ‘#MuslimApologies’ 등 해시태그를 달며 반(反)이슬람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습니다. 우리의 혐오 대상은 폭력이지 종교가 아니라는 것이죠. 이 운동 또한 종교적 순간으로 기록됐습니다.
가자지구 분쟁은 적지 않은 민간인 희생자를 냈지만 희망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유대교인과 이슬람교인은 ‘우리는 더 이상 적이 아니다’며 SNS에 해시태그 ‘#JewsAndArabsRefuseToBeEnemies’를 달았습니다. 또 인도 전통종교 시크교인들이 이유 없이 차별을 받는 상황에서도 SNS에 용서와 사랑의 메시지를 드러낸 것도 종교적 순간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여러 지도자를 만나 화해를 꾀한 것도 종교적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53년간 이어진 미국과 쿠바의 적대관계를 푸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허핑턴은 말랄라 유사프자이(17)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60)의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도 종교적 순간이라고 제시했습니다. 파키스탄 이슬람교인과 인도 힌두교인의 수상이 종교 화합을 꾀했다는 겁니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고등학교 여자축구팀이 히잡을 쓰고 경기를 뛴 순간 감리교가 인권과 관련해 문제를 일으킨 목사를 복직시킨 것 또한 종교적 순간으로 뽑혔습니다.
미국 교회와 종교단체가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저지를 위해 적극 나선 것과 뉴욕에서 열린 기후행진(People’s Climate March)에 참석한 일, 캘리포니아주의 한 사역단체가 노숙인 세탁 프로젝트를 펼친 것도 종교적 순간으로 인정됐네요. 영국 성공회가 사상 첫 여성 주교를 임명한 일도 포함됐습니다.
이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과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종교인이 많습니다. 내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넘쳐 온 누리에 사랑과 희망이 가득 차길 바랍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친절한 쿡기자] 美 퍼거슨 소요 사태 잠재운 목사… 힘든 2014년 희망 보여준 순간들
입력 2014-12-30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