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29일 ‘2·8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통해 “대표가 되면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 화합을 위해 차기 총선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취지지만 ‘대권을 위한 정치적 계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문 의원은 앞서 출마를 선언한 박지원 의원과의 ‘양강 경쟁’이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 다툼으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도 안았다.
문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저부터 모든 걸 내려놓고 혁신하겠다”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피력했다. 이어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선당후사의 자세로 변화와 혁신에만 전념하고, 기필코 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고 했다. 문 의원은 총선 불출마와 관련해 “대표가 되면”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다. 하지만 문 의원 측은 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는 문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문 의원은 4가지 약속으로 강력한 당 대표, 계파 해체, 투명한 공천제도, ‘권한은 나누고 책임은 지는’ 리더십을 제시했다. 문 의원은 “당을 살려내는 데 끝내 실패한다면 정치인 문재인의 시대적 역할은 거기가 끝이라는 각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총선 불출마에 대해서는 “우리 당의 변화와 혁신에 전념하려면 개인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때 제 자신은 출마하지 않고 선거를 이끄는 것이 당 승리를 이끄는 것이라고 본다. 영남에서의 의석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내외에는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서 부산은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이기 때문에 문 의원의 불출마가 여당 의석만 하나 더 늘려주는 것이란 비판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선이 쉬운 호남이나 서울 강북에서는 지역구 불출마가 기득권 양보겠지만 영남 불출마는 ‘당선이 어려운 지역’을 피하겠다는 계산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차례 부산에 도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구에 도전 중인 김부겸 전 의원과 비교하면 아쉬운 처신이라는 설명이다. 또 “당권 때문에 지역구를 포기했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총선에서 영남 판세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12년 대선 당시 문 의원은 지역구인 사상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보다 낮은 지지를 얻었다. 따라서 문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기득권 포기라기보다 차기 대선을 앞둔 ‘리스크 관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재선이 쉽지 않은 지역구에서 한발 물러나서 대권주자로 가기 위한 정교한 플랜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문 의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당 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박지원 이인영 조경태 의원 등 4명이다. 박주선 의원은 30일 출마를 선언한다. 김영환 김동철 추미애 의원, 김부겸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데 이어 ‘다크호스’로 주목받던 박영선 의원도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에서는 문·박 의원 양강 구도로 흘러가는 전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대는 혁신과 변화의 경쟁이 돼야 하고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며 “계파 구도로 가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고 했다. 문 의원의 ‘차기 총선 불출마’에 대해선 “지금은 총선이나 대선에 대해 말할 때는 아니라 생각한다”고 간접 비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총선 불출마”… 정치생명 건 승부수? 대권 노림수?
입력 2014-12-30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