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결산 방담] “부끄러운 현실 이면에 묵묵히 헌신하는 참 기독인 있었다”

입력 2014-12-30 02:18
다음세대는 한국교회의 미래다. 사진은 충남 천안갈릴리교회가 지난 6월 개최한 ‘새가족 초청 주일’ 행사에서 교회학교 아이들이 공연하는 모습. 국민일보DB
‘태안의 기적’은 섬김이 곧 전도임을 보여줬다. 대전 산성감리교회 성도들이 지난 8월 충남 태안 한 마을회관에서 이 지역 학암포교회와 함께 어르신 이·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고령화사회, 노인목회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사진은 2012년 5월 경남 창원 한빛교회 부설 노인대학 어르신들이 가요교실에서 활짝 웃고 있는 모습. 국민일보DB
국민일보 미션라이프가 올 한 해 집중 연재해 큰 반향을 일으킨 연중기획 ‘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 취재팀은 29일 서울 여의도 본사 회의실에서 방담을 갖고 취재 뒷이야기 등을 나눴다. 기자들은 한국교회 위기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기획취재에 들어갔지만 현장을 취재하면서 한국교회 갱신과 부흥의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송세영=올 상반기만 해도 한국교회 위기론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연합기관과 교단은 계속 분열하고 일부 목회자들의 일탈 행위로 한국교회 전체가 비난을 받았다. 이단 문제도 심각했다. 한국교회가 스스로 갱신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많았다. 국민일보가 연중기획을 시작한 것은 이 같은 우려와 위기의식이 절정에 달했을 때였다.

△박재찬=연중기획을 취재한 지난 8개월은 한국교회의 민낯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한국에 ‘대한예수교장로회’라는 이름을 가진 교단만 2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는데, 정확한 숫자는 어느 누구도 몰랐다. 한국교회 분열상의 극치를 경험한 것 같아 씁쓸했다.

△송=한국교회의 분열 문제를 다룬 1부 첫 회에 실은 사진 때문에 전화를 많이 받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의 때 멱살잡이를 하는 사진이었는데, 부정적인 사진을 꼭 실었어야 했느냐는 질책도 있었고 한국교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격려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공통적으로 첫 회 보도를 보고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위해 뜨겁게 기도 드렸다고 고백했다. 이분들의 기도에 힘입어 한국교회는 이제 분열을 넘어 다시 하나 되는 길로 접어들고 있다.

△백상현=교황 방한을 앞두고 한국 개신교와 천주교의 역사를 비교·분석하면서 1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종교시장은 치열한 전쟁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주교는 초창기 개신교를 열교(裂敎·분열하고 나간 종교)라 부르며 비하했다. 지금도 포교할 때 개신교에 대한 비판을 담은 전도지를 뿌린다. 겉으로는 자비와 관용을 외치지만 실상은 냉엄한 경쟁상황에 있는 셈이다. 불교계는 개신교를 비판하기 위해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대광고 사태에 개입하고 사랑의교회 건축을 막기 위해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한국교회는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진정한 영적 가치와 종교적 순수성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박재찬=3부 ‘섬김이 전도다’를 취재하면서 한국교회의 희망을 확인했다. 기름유출 사고로 시름에 잠긴 충남 태안을 돕기 위해 전국 수천 교회, 수십만 성도들이 달려가 기름 묻은 돌들을 하나하나 닦아냈다. 태안이 6년 만에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었던 동력은 한국교회의 힘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교회의 지속적인 섬김 활동이 사람의 마음을 교회로 이끌게 만드는 견인차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사야=한국교회는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구제와 봉사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나눔과 섬김의 신학적·신앙적 본질을 도외시하고 선교나 전도의 수단으로만 치부하거나 일회성·전시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나눔을 실천하며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을 생활화 했던 초대교회의 모습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박재찬=‘은퇴 선교사에 은빛 날개를’이라는 주제의 4부를 취재하는 2∼3주 동안은 내내 마음이 어두웠다. ‘선교사 파송대국’이라는 타이틀의 이면에 드리워진 짙은 그늘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건강을 돌볼 틈도 없이 열정적으로 사역하다가 당뇨 합병증으로 팔·다리를 잃은 김광수 선교사를 만났을 때는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보도 후 공감을 표하며 은퇴 선교사를 돕겠다는 전화가 답지하는 것을 보고 한국교회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백=선교사들이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자녀교육 때문이었다. 선교지에서 질병에 걸려 힘겹게 사역해도 자녀교육만큼은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선교사들이 연금을 해지하거나 가불하는 주된 이유가 자녀교육비 때문이라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선교본부에서 들었다. 우리 대신 선교현지에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 헌신하는 선교사들에게 부채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노후를 책임지기 위한 한국교회 차원의 캠페인이 활발히 전개되기를 바란다.

△박재찬=지난 16일 김광수 선교사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송재은 사모는 본보 보도 이후 이어진 후원에 대해 “크나큰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한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전해왔다. 김 선교사의 삶 마지막 2개월이 그리 외롭지만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여전하다.

△백=은퇴 선교사들이 귀국 후 선교자원 개발이나 외국인 노동자 사역에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수십년 선교현지에서 활동했던 경험과 언어능력을 방치하는 것은 한국교회 입장에서 대단한 손실이다. 뜻있는 독지가가 수도권의 접근성 좋은 곳에 선교센터를 세우고 은퇴 선교사들이 양질의 강의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면 선교자원 보존은 물론 선교자산 전수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사역도 현지 사역경험을 토대로 펼친다면 적잖은 열매를 얻을 것이다.

△송=더 시급한 과제들도 많은데 10년 뒤에나 본격화될 은퇴 선교사 문제를 다루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주신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10년이면 그리 먼 미래가 아니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아무런 대책 없이 선교사들의 대량 은퇴 사태를 맞는다.

△양민경=교회학교 학생들이 줄고 있다는 우려는 10년 전부터 나왔다. ‘저출산·고령화’를 다룬 5부를 취재하면서 한국교회의 준비가 그때나 지금이나 너무 부족하다는 점을 실감했다. 한 교단 관계자는 “국가도 못 막는 저출산을 교회가 어떻게 막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회학교 학생 감소 추이는 출산율 저하보다 훨씬 더 가파르다. 한국교회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지훈=교회학교 발전 방안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이 문제에 너무 무관심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교회학교가 사실상 사라졌거나 유명무실한 미국이나 유럽교회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양=전문가들은 한국교회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교회가 사람들에게 ‘믿을 만한 곳’ ‘자녀를 맡겨도 좋을 만한 곳’으로 인식된다면 교회학교 부흥은 자연히 이뤄진다는 것이다.

△박지훈=교회학교 부흥 방법으로 진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많은 목회자와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법은 특별하지 않았다. 교사의 사명감과 담임목사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진삼열=노인목회의 경우 대다수 교회가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라면 저마다 ‘노인대학’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노인대학 중 다수가 노인 성도를 즐겁게 해주는 ‘효도 프로그램’의 틀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전병선=취재과정에서 노인목회 전문가들과 은퇴장로, 노인성도 등 수십명을 취재했지만 교회에 불만을 쏟아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불만이 없거나 문제가 없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기독교인으로서 근본적으로 불평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노인대학을 노인을 교회에 붙잡아 두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목회자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성도를 교회에 남게 하려고 무언가를 하다 보면 결국 욕심이 돼버린다”며 “이분들이 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성장주의에 매몰된 한국교회가 새겨들어야 할 말인 듯했다.

△이=노인목회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교회들을 통해 희망을 봤다. 이제는 한국교회 차원에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장신대 박상진 교수가 말한 대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응은 공동체의 과제다. 한국교회의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다. 교파를 초월해 미래전망을 담당하는 기관을 만들고, 실태부터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박재찬=연중기획 시리즈를 통해 한국교회 내부를 구석구석 조명하면서 함께 알리고 고민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취재는 고단했지만 여러모로 유익한 기획시리즈였다고 자평한다.

<종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