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규모의 5일장인 경기도 성남 모란민속시장이 50년 만에 처음으로 장날에 휴장을 했다. 29일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아 한산한 시장 곳곳에선 상인들의 한숨소리만 흘러나왔다.
모란 민속시장상인회는 최근 시장에서 AI에 감염된 토종닭이 발견되자 수도권 등으로 확산을 막기 위해 전날 오후 늦게 ‘29일 휴장’을 결정했다.
이를 모르고 전날 산지에서 미리 신선식품을 떼 놓은 상인들은 손해를 보며 다른 시장 상인들에게 물건을 처분해야 했다. 전날 강원도 속초에서 차량 두 대 분량의 오징어를 사서 이날 새벽 모란시장에 좌판을 깔려던 한 상인은 뒤늦게 휴장소식을 듣고 서울 송파구 가락동시장으로 발길을 돌려 헐값에 물건을 넘기기도 했다.. 또 경북 상주에서 트럭 한 대 분량의 곶감을 산 상인 등 미리 장에 팔 신선식품을 사놓은 상인들은 부랴부랴 처분하느라 애를 먹었다.
김용북 모란가축상인회장은 “1960년대 시장이 생긴 이래 장날에 장이 서지 않은 것은 처음”이라며 “하루 손해를 보더라도 장터 곳곳을 철저히 소독방역한 다음 여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아 자발적으로 휴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시장 안 판매업소에서 가금류 뿐만아니라 개, 흑염소, 토끼 등의 가축도 취급 및 판매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상점 앞에 내놓았던 개, 흑염소, 토끼 등 가축류는 모두 치워졌고 시장 주요 출입구마다 임시휴장을 알리는 안내문구와 플래카드를 내걸렸다.
모란 민속시장 상가 상인들도 울상을 지었다. 상가 주변 골목에서 방앗간과 떡집, 기름집 등 상설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손님이 뚝 끊겨 매출이 평소 장날의 20∼30%에 그쳤다. 장터 옆 골목에서 기름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장날이면 시장 골목마다 손님들로 가득 찼는데 오늘은 취재 온 기자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모란시장은 1960년대 광주군수를 지낸 김창숙씨가 주민의 생필품 조달과 소득증대를 위해 1964년 시장을 만들면서 그의 고향인 평양 모란봉의 이름을 따왔다. 장날에는 상인 1500여명과 전국에서 찾아오는 10만여명이 북적대는 전국 최대의 민속 5일장으로 유명하다.
성남=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모란시장 50년 만에 장날 휴장… 상인들 탄식·볼멘소리
입력 2014-12-30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