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약기간 연장만으로는 비정규직 문제 못 푼다

입력 2014-12-30 02:40 수정 2014-12-30 09:51
고용노동부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핵심 수단의 하나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29일 공개했다. 35세 이상 기간제 및 파견 근로자가 원할 경우 최장 4년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 시정 신청을 노조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사용기간 제한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를 감축하겠다는 현행법 취지를 포기하는 대신 그들에 대한 과도한 차별대우를 줄이고 처우를 개선하는 데 방점을 찍은 대책이다. 노조와 야당이 구체적 내용이 미처 나오기 전부터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려는 노력을 상당 부분 접으려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시행된 관련법에 따라 현재 기간제 및 파견 근로자는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간주하게 돼 있다. 2006년 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도 2년만 지나면 정규직이 된다’는 좋은 취지를 들어 노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그 후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은 법 시행 2년이 되기 전에 ‘100만명 해고대란’이 온다며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해고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 사용자들이 2년이 되기 전 기간제 근로자와의 계약을 만료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이제 와서 다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리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 신청 대리권을 노조에 부여하는 방안은 차별시정 절차를 내실화하는데 진일보한 것이다. 그렇지만 노동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과도한 격차를 완화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정규직 규모 자체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너무 크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사유를 제한해 비정규직을 애초에 쉽게 쓰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때가 됐다. 정부출연 연구기관들도 합동 연구과제를 통해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대신 제조업 등에 대한 파견근로 금지를 해제하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부도 노동계의 반발을 감안해 이번 대책이 확정된 정부안이 아니라 앞으로 노사정이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바뀔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대기업과 정규직 노조가 양보할 수 있는 것들, 비정규직의 조직화나 의사소통 통로 확보 등 다양한 정책 선택의 조합을 놓고 더 큰 틀에서 비정규직 대책을 조율하기 바란다.

▶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