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차벽’ 사라진다

입력 2014-12-30 02:26

내년부터 집회·시위 현장에서 ‘차벽’(사진)이 사라진다. 대신 미국식 질서유지선이 대폭 활용된다. 기동대 버스로 현장을 둘러싸는 차벽은 그동안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고 과잉진압을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부터 원칙적으로 질서유지선을 치고 그 다음으로 경찰 병력을 이용한 ‘인벽’, 차벽 순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질서유지선은 각종 집회·시위의 안정적 개최와 안전사고 예방,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설치하는 띠를 말한다.

그동안 집회·시위가 벌어지면 경찰은 기동대 버스나 의경을 동원해 집회 참가자들이 일정 장소를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중요 집회의 경우 행사 전에 미리 차벽을 쳐서 반발을 사기도 했다. 2011년 6월 헌법재판소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열린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 경찰이 서울광장을 전경버스로 둘러싸 막은 것에 대해 위헌이라고 결정했었다.

경찰은 질서유지선 준수를 통해 집회의 자유, 시민들의 사생활, 평온권 등을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신 집회 참가자들이 질서유지선을 넘으면 강력 처벌할 방침이다. 집회 신고를 받을 때 주최 측과 협의해 최대한 질서유지선 준수 협조를 얻어낼 예정이다. 미국의 경우 국회의원이라도 ‘폴리스 라인’(질서유지선)을 넘으면 현장에서 수갑을 채워 즉시 체포한다.

구 청장은 “그동안 경찰이 너무 성급하게 나서서 집회를 막는 것에만 급급한 이미지를 줬다”며 “과거 같은 폭력시위 양상이 상당히 줄어든 데다 차벽보단 질서유지선을 통해 안정적인 집회·시위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내년 서울경찰의 캐치프레이즈로 ‘선선선, 선을 지키면 행복해져요’를 선정했다. ‘선선선’은 질서유지선, 교통안전선, 배려양보선을 뜻한다. 교통안전선은 원활한 교통소통과 안전 확보를 위해 차량 등이 준수해야 할 정지선, 중앙선, 지정차로 등을 말한다. 배려양보선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갖추어야 할 배려, 양보, 절제, 포용 등을 상징하는 무형의 선을 의미한다.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