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삼성 ‘타이젠’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4-12-30 02:02
삼성전자의 독자 운영체제(OS) 타이젠을 적용한 미러리스 카메라 NX300M(왼쪽)과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2.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에 타이젠(Tizen) 운영체제(OS)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퍼즐이다. 타이젠 OS의 성공은 구글 안드로이드 쏠림 현상을 막고, 삼성전자 자체 생태계 구축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수년째 타이젠 구축작업에 큰 진전이 없었지만, 삼성전자가 꾸준히 관심을 쏟는 이유다.

타이젠은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양분하고 있는 스마트폰 생태계에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 위해 2011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다. 삼성전자, 인텔, 화웨이 등 하드웨어 업체와 NTT도코모, 오렌지텔레콤, 보다폰,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가 회원사로 참여해 의욕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 OS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안드로이드와 iOS의 틈에서 타이젠이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6월 첫 번째 타이젠 스마트폰 ‘삼성 Z’를 공개했지만 아직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판매에 나서야 할 이통사들이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참여했던 화웨이도 타이젠에서 발을 뺐다.

대부분 업체들이 타이젠에 부정적인 상황이지만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특히 스마트홈 분야에서 타이젠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핏, 기어2 등에 타이젠 OS를 적용했고, 미러리스 카메라 NX300M도 타이젠으로 구동된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타이젠 OS를 탑재한 스마트 TV를 출시할 계획이다.

스마트홈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오븐, 로봇청소기, 조명 등 가정 내 모든 기기를 연동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TV에서 통합 관리한다. 타이젠 OS를 쓰는 TV가 등장한다는 것은 타이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플랫폼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타이젠 OS는 저전력으로 구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력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타이젠 OS를 탑재한 가전제품 출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수차례 출시가 연기된 타이젠 스마트폰은 내년 1월 18일 인도에서 출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100달러 미만의 저가 제품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때 러시아에서 출시하려다 무산된 전례도 있어 공식 발표가 나올 때까지 상황은 유동적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타이젠 폰을 출시한다면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이 아니라 인도 러시아 같은 개발도상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드로이드에 비해 애플리케이션 수가 부족한 타이젠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한 곳보다는 저가 중심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게 현실적이다.

또 구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타이젠이 안드로이드와 경쟁한다는 이미지도 부담스럽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스마트폰 실적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타이젠 폰을 전면에 내세우긴 힘들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