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은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등록대수 2000만대를 돌파했다. 세계에서 15번째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말 글로벌 판매 800만대를 달성해 전 세계 빅4의 자동차 생산업체로 올라설 전망이다. 자동차 시장의 양적인 성장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취향도 엄격하고 다양해졌다.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을 뒤흔든 주요 현안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연비=수입차의 거침없는 상승세, 디젤차와 SUV의 선전 등 대부분의 이슈를 관통한 핵심 단어였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장 집중된 포인트이기도 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끊임없는 ‘뻥 연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는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등 일부 차종에 연비 표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현대차는 최대 40만원을 지급하는 자발적 보상안을 발표하고 연비도 하향 조정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가 자발적으로 연비 보상을 실시한 첫 사례였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1월 미국에서 불거진 연비 과장 논란과 관련해 사상 최대인 1억 달러(한화 1073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환경청(EPA)과 합의했다. 국산차 업체들과 수입차 업체들은 올해 연비 좋은 신형 모델들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수입차=수입차 24개 브랜드는 연말까지 19만5000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24% 늘어난 수치로, 점유율은 14%대다. 올해 국내 시장에 소개된 수입 신차(부분변경모델·한정판 등 포함)는 150여종에 달했다. 2000만∼4000만원대의 소형 수입차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국산차와의 가격 경계가 무너졌다. 업계 관계자는 30일 “수입차가 시장을 선도했던 한 해”라고 평했다. 수입차 시장은 20, 30대가 주도했다. 특히 30대 구매율이 38.3%였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박홍재 소장은 “수입차 시장이 얼마나 더 성장할지는 예측 자체가 어렵다”며 “소비자들의 경향이 다양해지면서 자동차산업의 구조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디젤과 SUV=차종별로는 디젤 승용차와 SUV의 강세가 돋보였다. 승용차 판매가 감소하는 와중에도 디젤 승용차 판매는 2013년 전년 대비 33.4% 증가했고, 올 상반기에는 51.3% 늘었다. 수입차 판매도 올해 디젤 비중이 67.9%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차 그랜저 디젤, 르노삼성 SM5, 한국GM 말리부 등 국산차 업체들의 디젤 시장 공략도 가속화됐다. SUV는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 비중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격과 연비에서 장점을 가진 소형 SUV가 대세였다. 지난해 말 출시한 르노삼성의 QM3가 1만대 판매를 넘어섰고, 수입차 베스트셀링 1위가 예상되는 폭스바겐의 티구안도 SUV다.
◇한전부지와 800만대=현대·기아차는 명암이 엇갈린 한 해를 보냈다. 지난 9월 10조5500억원에 매입한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가 고가 매입 논란에 휩싸이면서 현대차 관련 주식은 한때 20% 이상 하락했다. 엔저 현상이 계속되면서 현대·기아차는 라이벌 일본 업체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였다.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업체들은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현대·기아차는 한국차 업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올해 글로벌 판매 800만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친환경차 개발 2020 로드맵, 고성능차 개발 계획 등을 밝히면서 800만대 시대를 맞는 질적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연비 공방… 디젤·수입차 질주… 안방 판도 흔들었다
입력 2014-12-31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