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중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갖자는 29일 정부 제의는 시의적절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도 지난 24일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친 마당이다. 대북전단 문제로 우리 측이 제의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무산된 때와 달리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건 매우 바람직하다.
정부는 회담이 성사될 경우 류길재 통일부 장관 파트너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가 수석대표로 참석할 것을 바라고 있다. 정부는 전화통지문을 류 장관 명의로 김양건 앞으로 보냈다. 격(格) 문제로 회담이 무산됐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만남이 이뤄지면 2007년 5월 서울에서 열린 것을 마지막으로 7년 넘게 소식이 없는 남북 장관급 회담의 부활을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선 남북 당국 간에 사실상 대화다운 대화가 없었다. 지난 2월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리고, 지난 10월 북한 실세 3인방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면서 화해 기조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끝내 정기 대화 채널로 진전되지 못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 대통령 언명과 달리 훈풍은 잠깐이었고, 냉기류가 남북관계를 지배했다. 분명 그 책임은 금강산 관광에 나선 민간인을 총격으로 숨지게 하고,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연평도를 포격한 북한에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한다.
북한의 만행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지만 우리의 인식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당시에 머물러 있는 한 남북관계는 대결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북한이 먼저 잘못을 인정,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러나 이를 유도하기 위해 남측이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도 대북 제재 효과가 별로 크지 않은 5·24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류 장관은 “내년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가 적어도 분단시대를 극복하고 통일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남북이 공동으로 광복 70주년을 기념할 수 있다면 이보다 뜻 깊고 벅찬 광복절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밝힌 남북 축구대회, 평화문화예술제, 세계평화회의 개최 등 비정치적·비군사적 분야부터 신뢰를 하나하나 쌓아 가면 정치·군사 분야 협력도, 남북 정상회담도 불가능하지 않다.
대화는 대결에서 화해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우리 측은 회담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북한이 바라는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회담 시기를 내년 1월로 못 박은 것은 그래야 설 전에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이 우리 측 제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북은 “금강산 관광, 5·24조치,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서 소로를 대통로로 만들자”는 약속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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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30 02:55 수정 2014-12-30 0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