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해상 강풍등 악천후… 헬기 동원 구조 안간힘

입력 2014-12-29 04:32
28일(현지시간) 그리스 남서부 도시 파트라스를 출발해 이탈리아 중동부 항구도시 안코나로 향하던 이탈리아 카페리 ‘노르만 애틀랜틱’호가 불길에 휩싸여있다. 화재는 이날 오전 6시쯤 발생했으나 강풍 등 악천후로 구조 작업은 오후까지 더디게 진행됐다. 사고 발생 10시간이 지나도록 절반 이상의 승객들이 갑판 위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다. 륥륲륳

승객과 승무원 등 478명을 태우고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던 이탈리아 선적 카페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승객 중 200여명은 구명정과 구조선박으로 옮겨 탔으나 강풍과 진눈깨비로 접근이 쉽지 않아 화재가 발생한 지 10시간이 되도록 구조된 인원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AFP 등 외신들은 그리스 남서부 도시 파트라스와 이탈리아 중동부 지역 항구도시 안코나 사이를 운항하는 카페리 ‘노르만 애틀랜틱’호에서 28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조난 신고를 보낸 위치는 그리스의 작은 섬 오노니에서 61㎞ 떨어진 해역이다.

배는 이날 오전 5시30분쯤 그리스 파트라스항을 출발해 오후 5시쯤 안코나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전 6시쯤 222대의 차량을 실은 차고에서 발생한 화재가 선박 전체로 번졌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 적재칸에 있는 차량은 대다수가 화물차로 기름통 20여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장의 긴급 대피명령에 55명은 구조를 위해 온 다른 선박으로 대피했고, 150여명은 구명정으로 옮겨 탔다. 하지만 나머지 승객들은 몇 시간 동안 불길에 휩싸인 배의 갑판에서 공포에 질려 애타게 구조를 요청했다. 배에 탄 한 승객은 메가TV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갑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지만 연기 때문에 계속 기침하고 있다. 여성과 어린이, 노인들이 있다”고 울부짖었다. 구조되지 못한 한 화물차 운전사는 일간 프로토테마에 전화해 “승객들은 휴대전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아 가족과 연락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모두 공포에 휩싸여 정신을 잃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지 TV뉴스에 출연한 한 여성은 선박에 탄 자녀들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피할 곳이 없어요. 불길이 우리를 삼키지 않으면 얼어서 죽을지도 몰라요”라고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다.

배에 탄 승객들은 주로 그리스 이탈리아 터키 프랑스 등 유럽 국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휴가를 떠난 사람들,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오가는 화물차 운전사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탑승자 명단에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그리스 당국의 요청에 따라 이탈리아도 해양경비대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구조작업에 나섰다. 그리스 당국은 “시속 100㎞의 강한 바람과 진눈깨비가 내리는 등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집계되지 않은 상태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