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에 누워있는 환자 앞에서 촛불 켠 케이크를 들고 있는 의료진, 수술실에서 햄버거와 삶은 계란을 먹고, 환자 가슴에 삽입할 보형물을 들고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한 간호사들…. 모두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촬영된 모습이다. 이 성형외과는 원장급 의사만 10여명을 두고 눈, 코, 얼굴윤곽, 체형 등을 전문적으로 시술하는 곳이다.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성형외과에서 근무한다는 간호조무사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한 사진 여러 장이 올라왔다. 사진 속 의료진은 수술 중 촛불 켠 생일 케이크를 들고 수술실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케이크를 든 사람 뒤로 수술 부위를 드러낸 채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가 보인다.
다른 사진에는 의료진이 수술실에서 삶은 계란, 햄버거, 과자 등을 나눠먹는 모습이 찍혔다. 간호사로 추정되는 여성은 녹색 수술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술대 앞에서 가슴 보형물을 자기 가슴에 대보이며 장난스레 포즈를 취했다. 의료진이 돈다발을 들어 보이며 찍은 사진도 있고, 수술용 의료기구를 이용해 자신의 팔찌를 고치는 사진도 공개됐다.
한 사진에서 의사로 보이는 인물은 수술 중에 간호사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데 제지하지 않고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다. 의사와 간호사가 함께 진료하고 있는 다른 사진 밑에는 ‘원장과 우리가 오늘 가까워졌다. 그 어떤 수술보다 진지했다. 등지고 누우니까 너무 좋다. 아름다운 밤이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이 사진을 올린 사람은 논란이 일자 자신의 SNS 계정에서 사진들을 삭제했지만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 급속히 확산된 뒤였다. 인터넷에선 최근 중국 의료진이 수술 중 촬영한 단체 사진을 SNS에 올려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었다. 국내에서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네티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병원 관계자는 “수술을 다 마친 뒤 촬영된 사진들”이라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해명했다.
성형외과를 둘러싼 말썽은 최근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성형외과에서는 4시간에 걸쳐 턱을 깎는 수술을 받던 대학생 정모(21·여)씨가 회복실에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인천의 성형외과 1년차 전공의가 술에 취한 채 4세 어린아이의 턱을 잘못 꿰매는 일도 발생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단독] 강남 성형외과서 ‘수술 중 생일파티’
입력 2014-12-29 03:20 수정 2014-12-29 0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