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년] “역사문제·현안 구별해 논의… 디커플링 전략이 필요하다”

입력 2015-01-01 02:37 수정 2015-01-01 14:45
외교부 장관과 주일 대사를 지낸 유명환 세종대 이사장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한일포럼 사무실에서 박근혜정부의 대일 외교 상황과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곽경근 선임기자

외교부 장관과 주일대사를 지낸 유명환 세종대 이사장은 3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는 역사 문제와 현안을 구별해 논의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우리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법적 책임’이란 네 글자에 발이 묶여 있다고도 지적했다. 인터뷰는 그가 회장으로 있는 서울 종로구 ‘한일포럼’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지난 50년간 한·일 관계를 총평한다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나도 반대시위를 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회 비준을 밀어붙였는데 돌이켜보면 선견지명이었다. 일본한테서 청구권 자금을 받아 경제개발을 시작했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뤘다. 양국 관계는 그때에 비해 양적·질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했다.”

-청구권 협정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데.

“당시 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게 위안부, 원폭 피해자, 사할린 강제 이주자 등 3개 항목이다. 원폭 피해자·강제 이주자 문제는 협상을 통해 매듭지었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1993년 ‘고노 담화’를 발표하고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줬다. 외교부는 100% 만족하진 않았지만 외교적으로는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일본의 법적 책임 문제를 제기했고, 2011년 헌법재판소의 ‘위안부 문제 방치 위헌’ 결정에 따라 정부도 일본 정부에 다시 협상을 하자고 요구했다. 양측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면 한다. 외교부 장관 때 좀 더 신경을 못 쓴 게 후회스럽다.”

-위안부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법적 책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아직도 일본은 왜 법적 책임은 질 수 없는지에 대해 대답이 궁색하다. ‘법적 책임’ 네 글자에 묶여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역사를 망각해선 안 되지만 역사의 굴레에 묶여 앞을 보지 못해서도 안 된다. 아픈 경험을 미래지향적으로 승화시키는 용기가 필요하다.”

-박근혜정부의 대일 외교는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양국 현안은 정상이 만나 논의해야 된다. 당장 정상회담을 하는 게 어렵다면 다자외교 무대를 활용해야 한다.”

-내년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은.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거기서 실무적인 양자 회담이 가능하다. 의전 등 형식적인 절차가 개입되는 국빈방문은 어렵겠지만 현안을 놓고 하는 양자회담은 충분히 열릴 수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우경화 행보가 우려스럽다.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들이 아베발(發) 우익정책을 지지했다고 볼 수 없다. 아베 총리가 외교 문제는 더 유연하게 접근할 것으로 본다. 우려스러운 건 일본인들 사이에 한국에 대한 실망감이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이 중국 편에 서서 일본을 업신여긴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

-일본 역사 교과서, 독도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시한을 정해 ‘원샷’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일본 여론을 움직여야 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