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DY·사진) 상임고문의 탈당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르면 내년 1월에 진보 성향 인사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새정치연합 현역 국회의원이 추가로 탈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정치는 여론을 먹고사는 생물이다. 야권 지지층은 정체된 새정치연합과 해산된 통합진보당 등에 실망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제1야당 대선 후보를 지낸 인물이 신당에 합류한다면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내 정치 한계에 부딪혔나, 정치적 승부수인가=정 고문은 27일 서울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지지자 200여명과 송년회를 겸한 토론회를 가졌다. 정 고문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길을 가는 데 있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밀알과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탈당 후 신당 합류를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는 “(신당 합류가) 밥 짓듯 뚝딱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면서도 “신당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새정치연합 전신인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고, 17대 대선에 출마했다. 그런 그의 탈당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우선 새정치연합에서는 더 이상 정 고문의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정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해 키웠다. 하지만 2009년 4월 재보선에서 전북 전주 덕진에 무소속 출마하면서 한 차례 탈당을 했다. 2012년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최근 진행된 새정치연합의 세대교체 움직임 역시 운신의 폭을 좁게 하고 있다. 한때 당·대권 경쟁을 했던 손학규 상임고문은 7·30재보선 이후 정계를 은퇴했고, 정세균 의원은 차기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해찬 의원도 한발 물러서 있다. 당의 한 3선 의원은 “덕진 출마에서 스텝이 꼬였고, 흐름상 앞으로도 새정치연합에서 자리 잡기가 어렵다”고 했다.
정치적 승부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 고문은 최근 몇 년간 부유세 신설, 한진중공업 파업사태 적극 개입 등 뚜렷한 ‘좌클릭’ 행보를 했다. 진보정당에서 정치적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 재편성, 임계점 가까워졌나=DY 탈당 움직임은 야권의 구조적 한계점과 무기력, 불만이 분출된 결과로도 해석된다. 새정치연합은 130석의 거대 야당이지만 대여 투쟁 및 수권 능력, 정권 재창출 가능성 등에서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총·대선에서 패했고, 세월호 정국에서 치러진 6·4지방선거와 7·30재보선에서 새누리당에 완패했다. 고질적인 계파 싸움이 지지층을 실망시키고 있고, 통합진보당 해산이 겹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 여론분석센터장은 “제1야당의 존재감이 없는 상황에서 당 대표와 대선 후보를 지낸 인물이 신당을 논의하는 단계에 왔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분석했다.
야권 곳곳에서 분출되는 신당 창당 움직임들도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2016년 총선 전 야권 새판 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 고문을 제외하고는 대중성을 갖춘 정치인 참여가 거의 없어 당장 신당의 파괴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에는 큰 선거도 없다. 정 고문이 구상하는 신당에 진보 색채가 강하다는 점도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이슈분석] 정동영 탈당 구체화… 野 재편·신당 창당 탄력 받았다
입력 2014-12-29 0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