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은행권 임원 인사에서는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등장했다. 당시 IBK기업은행 권선주 부행장이 한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행장으로 선임되면서 은행권에 ‘여풍(女風)’이 강하게 불었다. 이어 다른 은행들도 경쟁하듯 ‘최초의 여성 임원’을 앞세워 홍보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 연말 우리·하나·농협은행 임원 인사에선 우리은행의 첫 여성 부행장(김옥정 부행장)이 나온 것을 제외하고는 여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해 하나은행 김덕자 전무와 외환은행 최동숙 전무가 각 은행의 최초 여성 전무로 선임되고, 농협은행이 문갑석 부장을 최초의 여성 본부 부서장으로 발탁하며 떠들썩하게 홍보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최초의 여성 부행장보(신순철 부행장보)를 배출한 신한은행은 아직 임원 인사를 내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30일 인사를 할 예정이며, 기업은행은 내년 1월 한번에 인사를 결정하는 ‘원샷 인사’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는 여성 대통령 시대에 발맞춘 행보라는 지적과 함께 그동안 ‘유리천장’으로 인해 승진에 불이익이 있었던 여성들이 기회를 얻은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여풍은 ‘반짝’ 불고 만 모양새지만 아예 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김성미 기업은행 부행장이, 8월엔 박정림 국민은행 부행장이 각각 승진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여성들이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리스크 관리 분야나 대(對)고객 업무에 있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최근 여성 행원들도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여성 임원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비즈카페] 1년만에 식어버린 은행권 ‘女風’
입력 2014-12-29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