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모란시장 토종닭 AI 감염 ‘비상’

입력 2014-12-29 02:47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닭이 발견된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서 28일 오후 성남시 보건소 직원들이 차량을 이용해 소독약을 뿌리며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성남=곽경근 선임기자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N8형)가 발견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AI는 시장에서 팔던 토종닭에서 발견됐으며, 인천의 한 가금류 농장에서 출하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가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모란시장 내 가금류 판매시설에서 채취한 시료를 정밀 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H5N8형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됐다고 28일 밝혔다.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가금류가 수도권에서 확인되기는 올겨울 들어 처음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22일 AI 상시예찰 과정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역본부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지난 26일 H5N8 AI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27일 고병원성 AI로 최종 확진됐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모란시장 내 가금류 판매업소와 중간 계류장 등 18곳에 있던 토종닭과 칠면조, 오골계 등 총 3202마리를 26∼27일 살처분한 뒤 28일 닭 판매업소 11곳을 폐쇄 조치했다.

AI 감염 닭은 인천 강화군 한 가금류 농장에서 출하된 것으로 의심된다. 이 농장은 이달에만 모란시장에 닭 3000여 마리를 출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역 당국과 인천시는 해당 지역에서 출하되는 가금류에 대해 이동제한 조처를 내렸다.

인천시와 검역 당국은 해당 농장 닭을 대상으로 간이·육안 검사를 한 결과 고병원성 AI 음성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육안 검사로는 감염 여부를 단정할 수 없어 닭 120마리의 혈액과 분변을 채취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현재까지 인천 강화 지역에서 폐사하거나 고병원성 AI 징후를 보이는 닭은 발견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모란시장에서 판매되는 닭이 인천 외 다른 지역에도 공급되고 있어 정확한 감염경로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의 조치는 AI 감염 닭의 시료를 채취한 지 1주일가량 지난 뒤에 나온 것이어서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농식품부는 “시료 채취 후 분석과 고병원성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던 것”이라고 밝혔다. 유동인구가 많은 전통시장에서 AI가 다른 곳으로 확산되거나 AI에 감염된 닭이 소비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AI 감염 소식으로 모란시장은 주말인데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 곳곳의 닭집, 건강원 등에선 손님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상인들도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김용북(60) 모란가축상인회장은 “작년부터 AI가 계절에 관계없이 발생하다 보니 시장에서 소독을 철저히 하며 조심해 왔다”며 “도매상과 농장에서 병든 닭을 시장으로 보내면 달리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이모(57·여)씨는 “당국에서 하루빨리 AI에 걸린 닭이 어느 농장에서 시장으로 유입됐는지 명확하게 밝혀 모란시장이 속히 정상을 찾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모란시장 가금류 판매가 금지되면서 근처의 잡화, 채소 판매업소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성남=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