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015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는 대외정책이나 남북관계보다는 북한 내부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데 유용했다. 대외정책이나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신년사에서 진짜 속내를 드러낸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내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3년 탈상’ 후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여는 해인 만큼 부강국가 건설, 남북관계 개선 촉구 등 중대 메시지를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목받는 남북관계=새해 첫날 북한의 신년사는 올해 첫날과 마찬가지로 김 제1비서가 조선중앙TV에 등장해 육성으로 직접 낭독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고권력자가 발표하는 신년사가 공언에 그치지 않도록 1년 내내 국가적 역량을 쏟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남북관계 대목에선 김 제1비서가 적극적인 유화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이 내세운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서도 남한 중국 미국 등과의 관계를 회복, 경제난부터 타개하는 게 급선무여서다.
북한으로선 근래 핵과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의 궁지에 몰린 터라 남북관계 개선이 절실한 입장이다. 북한이 올해 한·미 군사훈련과 대북전단 살포 등으로 대남 비난 공세에 열을 올리면서도 국방위원회 ‘중대제안’을 비롯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전격 방남(訪南) 등 유화 제스처를 잇달아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제1비서는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친서에서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아울러 내년은 광복·분단 70주년이자 6·15공동선언 15주년이다. 이른바 북한이 중시하는 5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여서 북한이 어느 때보다 파급력 있는 제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 제1비서가 남북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 같은 포괄적인 대화의 틀을 제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 등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대내 정책 방향은=북한 내부적으로는 경제사업 성과를 독려하는 데 신년사의 상당 부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선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농업, 건설, 과학기술을 3대 경제과업으로 내세웠는데 이에 대한 1년간의 성과를 강조하는 한편 후속 조치를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된다. 특히 주민 생활과 직결된 농업과 경공업 관련 깜짝 발표가 있을지도 관심이다. 예컨대 김 제1비서가 농장과 기업에 도입한 경제개혁 조치를 한층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원도의 대규모 축산단지, 평안북도의 청천강계단식발전소 등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을 전후로 완공될 예정인 대형 건설사업에 대한 독려도 신년사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제1비서가 ‘지식경제 강국’을 중시하는 만큼 과학기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지난해 말 장성택 처형 이후 김 제1비서의 ‘유일영도체제’를 어느 정도 구축한 만큼 정치·군사 분야에서도 중요한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핵무기를 포함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할 수도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홀로서기 본격화 김정은, 南에 러브콜?
입력 2014-12-29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