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인종 차별에 대한 인식이 흑백 인종 간에는 물론 지지정당에 따라서도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방송이 지난 11∼15일(이하 현지시간) 미 전역의 성인 1012명을 전화로 설문조사해 27일 발표한 결과(오차범위 ±3.5% 포인트)에 따르면 흑인 가운데 미국의 형사사법 체계가 백인과 흑인 등 소수인종에 공평하게 적용된다고 답한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경찰이 평상시 백인과 흑인을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흑인 응답자도 20%를 넘지 않았다. 반면 백인은 절반가량이 사법 시스템에서 흑인 등 소수민족과 평등하게 처우받는다고 했고, 60%는 경찰이 양쪽을 공정하게 처우한다고 응답했다.
같은 백인이라도 지지정당에 따라 인식이 확연하게 갈렸다. 형사사법 체계가 백인에게나 흑인 등 소수인종에게 공정하게 적용된다는 답변 비율이 공화당 지지자는 67%에 달한 반면 민주당원은 절반인 30%에 그쳤다. 경찰이 흑백 인종을 불문하고 용의자 등을 동등하게 처우한다는 데 공화당원은 80%가 동조했으나 민주당원은 50%만 공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인종과 지지정당을 떠나 절대다수가 경찰이 ‘보디 캠’(소형 카메라)을 근무 중 부착하도록 해야 하며 비무장 시민을 상대로 한 경찰 총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과 무관한 외부 조직이 이를 조사·기소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흑인 남성의 총격으로 20일 사망한 뉴욕 경찰관 라파엘 라모스(40)의 장례식이 27일 뉴욕 퀸스의 한 교회에서 엄숙히 거행됐다. 이날 장례식에는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을 비롯해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 등 내빈을 비롯해 미 전역에서 온 경찰관 등 2만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교회 밖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교회 내 장례식 상황을 지켜보던 일부 뉴욕 경찰관들은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조사를 하려고 연단에 오르자 등을 보이며 뒤로 돌아섰다. 이는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더블라지오 시장이 유화적 자세를 보이는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뉴욕경찰협회 등 경찰 관련 단체들은 시장이 시민들의 시위에 방조하는 발언을 하는 등 이번 총격 사건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며 연일 비난하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민주·공화당원이 본 두개의 미국
입력 2014-12-29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