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收 펑크’ 더 커진다

입력 2014-12-29 02:37

올해 세수결손(정부예산 대비 국세수입 부족분)이 기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13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국회 분석이 나왔다. 세수결손은 내년에도 지속돼 사상 초유의 ‘4년 연속 세수 펑크’가 확실시된다. 매년 ‘경기침체→기업실적 악화’의 악순환이 이어지는데도 정부가 연초마다 ‘장밋빛 전망’만 남발하는 바람에 빚어진 현상으로 풀이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8일 자료를 내고 “국세수입 실적을 재점검한 결과 올해 세수결손이 기존 전망보다 훨씬 늘어나 최대 13조원 가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지난 10월에도 1∼7월 실적을 토대로 올해 세수결손이 10조7000억원 정도 발생할 것이라 전망했었다. 그러나 8∼10월 세수 실적이 기대보다 훨씬 밑돌면서 1조∼2조원 더 결손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 내다본 것이다.

정부 예산과 실제 국세수입의 차이는 이명박정부 말기인 2011년 4조8000억원 플러스 상태에서 이듬해 2조8000억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내리 결손 규모만 불어났다. 지난해 세수결손은 8조5000억원에 달해 전년도보다 무려 4배가량이나 늘었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49.4%나 증가한 최대 12조7000억원가량이 될 전망이다.

‘세수구멍’의 주원인으로는 내수경기 부진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다. 경기침체로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니 거둬들일 세금 자체가 줄었다는 뜻이다. 상장법인의 순이익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올해 1분기 4.1%에서 2분기 1.6%로 둔화됐고, 3분기에는 마이너스 11.9%였다.

환율과 국제유가 하락도 적신호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0달러대를 앞두고 있고, 휘발유 가격도 ℓ당 1600원 수준으로 떨어져 석유가격에 붙는 관세·부가가치세·소비세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예산정책처 홍형선 조세분석심의관은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계속 줄고 유가가 떨어지면서 부가가치세도 하락했다”며 “소득세만 약간 선전했을 뿐 전체적으로 (세수가) 부진하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내년 상황도 매우 비관적이라는 데 있다. 기획재정부와 예산정책처는 내년도 예상 국세수입이 218조1000억원인데 정부 예산안은 221조5000억원이라 최소 3조4000억원가량의 구멍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이다. 4년 누적 결손액으로 따지면 최소 27조∼28조원이나 된다. 세수결손이 거듭되면 정부의 ‘불용(不用) 예산’은 커지고 급기야 재정집행 자체가 중단되는 ‘재정절벽’이 나타나게 된다.

정부가 연초마다 경제성장률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아 예산안을 짜다보니 세수결손이 생기고 규모도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정부는 최근 내년 경상성장률을 지난 9월 예산안 편성 당시(6.1%)보다 0.3% 포인트 낮은 5.8%로 조정했다. 경상성장률이 0.3% 포인트 낮아지면 세수는 최대 9000억원 정도 준다. 게다가 이 성장률마저 여전히 민간 경제기관 전망치보다 최대 1% 포인트까지 높다. 예산정책처는 “내년 경기도 정부가 예상하는 정도의 회복세를 보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세수 역시 (정부) 전망을 하회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