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9g 늘리고… “軍 고기 공급 확대” 생색

입력 2014-12-29 03:50
농협이 내년부터 군대 급식에 “고기 양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증가량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일보DB

내년 군대 급식에 고기반찬을 많이 올리겠다고 농협이 지난 23일 대대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병영 내 잇단 사고와 수습과정 ‘헛발질’에 자식을 군에 보내놓고 마음 졸이고 있을 부모들에게는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발표대로라면 소고기의 경우 전량 국산을 공급하는 등 군대 식단에 획기적 변화가 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과연 그럴까요? 지금부터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볼게요.

농협은 내년 돼지고기를 올해보다 15% 늘어난 1만1330t, 한우갈비는 198% 증가된 203t, 오리고기는 31% 많아진 810t을 공급하고 소고기는 전량 국산으로 공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국방예산 150억원이 반영됐다고 합니다. 많아 보이죠?

먼저 돼지고기는 1인당 하루 60g에서 내년 69g으로 9g 늘어납니다. 9g 분량이 어느 정도냐고요? 60g이 젓가락으로 한두 점 정도니까 거기에 손톱만한 살코기 하나 추가되는 정도입니다. 그것도 일주일치 모두 합쳐봐야 삼겹살 2인분 조금 넘는 정도지요.

그럼 전량 국산으로 공급한다는 소고기는 어떨까요? 이건 정도가 약간 심한데요, 1인당 하루 31g으로 돼지고기 절반에 불과합니다.

2002년부터 국산 5g과 수입산 30g을 합해 35g이 공급됐지만 2012년부터 올해까지는 외국산 9g, 국산 22g으로 국산이 많아지면서 공급은 오히려 4g이 줄었답니다. 내년부터는 외국산 9g을 국산으로 바꾼다는 것인데, 이래봐야 일주일 합해 200g 조금 넘은 1인분 밖에 안됩니다.

압권은 한우 갈비입니다. 현재 군에서는 1년에 딱 한번 공급하는데 1인당 150g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1년 3회로 늘리겠다는 것이지만 뼈를 제외하면 실제로 접할 수 있는 고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군인들 식비를 보면 얼마나 ‘의미없는’ 인상인지 알 수 있습니다. 현재 1인당 사병 한끼 식비는 2400원에 불과합니다. 1인당 평균 4000원인 고등학교는 물론 평균 3000원인 중학교 급식비보다 낮습니다. 돌도 씹어 먹을 나이에 훈련과 내무생활로 힘든 병사들에게 이런 밥 먹이면서 ‘나라 지키세요’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앞뒤가 다른 이유가 뭘까요? 그건 바로 ‘돈’ 때문입니다.

효과도 불투명한 4대강 공사에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평펑 쓰고, 싸구려 음파탐지기 때문에 써보지도 못하는 구조함 건조에 수천억원을 쓰면서도 정작 사병들에게는 하루 1인당 고기 9g을 더 주고 마네요.

나라의 부름을 받은 ‘피끓는 청춘’에게 의무복무를 논하기 전에 기본적인 끼니는 넉넉하게 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