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이례적… 한·일관계 2015년엔 풀릴까

입력 2014-12-29 02:14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사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9일 한국을 방문해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한·일 차관급 협의를 개최한다고 외교부가 28일 밝혔다. 이번 협의는 애초 예정에 없던 것으로 일본 요청으로 성사됐다.

통상 연말에 외교 일정이 잡히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고위급 협의가 그것도 한·일 간에 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사이키 사무차관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측근 인사여서 양국 관계와 관련해 모종의 메시지를 가져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사이키 사무차관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다시 거론할 개연성도 충분해 보인다. 우리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선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군 위안부 문제는 간단히 풀릴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내년 한·일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올 한 해의 양국 관계를 돌아보고 내년에는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큰 틀에서의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 간 수시 협의의 일환으로 양국의 전반적인 현안과 방향을 논의할 것이란 얘기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입장 변화 없이 자신들 입장만 강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3월에도 일본이 먼저 요청해 사이키 사무차관과 조 차관이 만났지만 별무소득이었다.

아베 총리의 총선 승리 이후 출범한 새 내각이 사이키 사무차관을 한국에 보내는 만큼 군 위안부 문제나 양국 정상회담 등 현안들보다 새 일본 내각의 대외정책 기조를 우리 측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내달 열릴 가능성이 높은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문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새 내각 출범 후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3국 외교장관회담 성사 여부는 근래 들어 잡음이 커지고 있는 중·일 관계가 관건인 만큼 우리 측은 일본 측에 회담 개최를 위한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 당국자는 “양국 외교차관이면 사실상 실무 총책임자들이라 전반적인 한·일 관계 현안을 놓고 내년에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지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 차관과 사이키 사무차관은 지난 10월 1일 일본에서 차관급 전략대화를 가진 만큼 한·일 외교차관 간 협의가 정례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